집합주택 짓고 전용학교 세우니…日 산골마을에 육아세대 돌아왔다
- 소멸위기지역 인구 유입책 실험
- 영도구 직접 찾아 성공사례 분석
- 저렴한 주택서 아이들 공동생활
- 창업 중점 둔 무료교육 제공까지
- 기업가·예술가 위한 이주정책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 사이에서는 삶의 대전제에 관한 새로운 질문이 제기됐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 도시 중심 가치관이 지역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면서, ‘상생의 가치’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물방울’ 같던 개개인이 각 지역에 모이고 다시 퍼지자 문화 흐름이 바뀌었다. 일본 도쿠시마현, 인구 5000여 명의 작은 산골마을 가미야마는 이 같은 변화를 점진·체계적으로 만들며 마을 재생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부산 역시 고령화와 인구의 수도권 유출 등 문제를 안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 영도구와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지난달 31일~지난 3일 다녀온 ‘가미야마 마을 인구소멸 대응 사례 탐방’에 동참했다.
▮육아세대·학생 늘려 고령화 해결
가미야마 마을은 고령화, 빈집 문제 등을 겪으며 학교가 폐교되고 버스 노선이 폐선되는 등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을이었다. 마을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를 양성하고, 이들을 잇기 위한 가미야마연대공사가 출범해 기업가·예술가 이주 정책, 육아세대를 위한 집합주택 건설 등을 시작했다.
가미야마연대공사의 중점 과제는 ‘연간 11명의 마을 전입 유치’다. 공사는 2060년이 되면 마을 인구가 1407명(학년당 인구수 5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꾸준한 전입 증대를 통해 2060년 총인구수 3215명(학년당 25명)으로 목표치를 잡았다.
공사는 ‘가족이 머물고 싶은 마을’을 위한 요건을 채워나갔다. 공동생활하며 소통하는 집합주택을 만들고, 아이를 위한 학교를 세웠다. 지난해 4월 개교한 사립고등전문학교인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5년 과정)가 대표적이다. 민간 기업의 후원으로 학비는 전액 무료인 데다 매주 수요일 대기업 간부나 창업가들의 특강이 진행돼 경쟁률이 꽤 높았다. 교가는 일본이 배출한 음악 거장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가 작곡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창업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 코딩 기업가 정신을 중점으로 배운다.
8개 동 20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집합주택은 고교생 이하 자녀를 둔 가족부터 우선 입주할 수 있다. 임대료는 4만5000엔으로 평균 시세의 절반 수준. 그 대신 자격 요건이 사라지면 집합주택에서 나가야 한다. 가미야마연대공사 바바 타츠로 대표이사는 “비슷한 연령대의 입주만 받으면 고령화도 함께 진행한다. 일본 전체의 문제점”이라며 “육아세대가 끊임없이 거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모여 퍼트리는 ‘물방울’의 힘
가미야마의 산림 면적은 173㎢로 마을의 86%나 차지한다. 전후 복구를 위해 민둥산에 조성된 인공림 삼나무 숲은 갈수록 더 빼곡해졌고, 하천의 물을 빨아당겨 물 부족을 일으켰다. 11년 전 가미야마에 정착한 ‘시즈쿠 프로젝트’ 히로세 키요하루 대표이사가 ‘골칫거리’ 삼나무를 그릇 컵 등 쓸모 있는 물건으로 바꾸는 ‘시즈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즈쿠’는 일본어로 물방울이란 뜻이다. 빽빽한 삼나무로 물이 부족한 마을의 현재를 알리면서 물방울처럼 시작된 움직임이 마을 전체로 확산하길 바랐다. 그는 “지난 10년간 삼나무를 활용한 물건 만들기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10년은 마을환경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일본 최초로 제로웨이스트마을을 선언(2003년)한 인근 카미카츠 마을에서도 물방울 확산의 힘은 확인된다. 제로웨이스트센터를 거점으로 주민은 쓰레기 최소화를 습관화하고, 플라스틱 종이 알루미늄 등 45종의 분리수거를 철저히 한다. 연간 쓰레기 처리 비용은 4000만~5000만 원 정도로, 소각에 의존하던 2000년 이전(3억 원 이상)보다 낮아졌다. 센터를 관리하는 ‘합동회사 판게아’ 가타야마 마사히토 COO는 “일본 내 다른 지자체의 분리수거율이 20% 정도라면 이곳은 81%”라고 설명했다.
마을 재생 사례를 둘러본 영도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 5000여 명의 가미야마 사례를 인구 10만 명이 넘는 영도구에 그대로 접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 단위 활동을 중심으로 ‘물방울 확산’을 도모하거나, 도심 접근성 이점을 활용한 워크·아트 인 레지던스 사업의 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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