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그라모폰서 새 앨범 낸 소프라노 박혜상
소프라노 박혜상(36)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 베를린 국립 오페라 등 정상급 무대를 누비는 ‘차세대 디바(diva·유명 여가수)’다. 세계 굴지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서 두 번째 음반을 준비하던 2022년 8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훌쩍 떠났다. 늦여름 무더위 속에서 하루 20~30km씩 25일간 강행군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팬데믹 때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고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정적인 마음이 가슴을 가득 채우던 시기였지만, ‘살면서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의 두 번째 음반인 ‘숨쉬다(Breathe)’가 최근 전 세계에 발매됐다. 2020년 첫 독집 이후 4년 만의 신보다.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에 대한 다채로운 감정과 통찰을 표현한 동서고금의 노래들을 담았다. 2차 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 감금된 소녀가 벽에 새긴 기도문에 바탕한 폴란드 작곡가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가운데 2악장, 현대음악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신곡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While You Live)’ 등이 대표적이다. 하워드의 곡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악보로 꼽히는 고대 그리스의 ‘세이킬로스의 비문(碑文)’을 노랫말에 담았다. 박혜상은 직접 작성한 음반 내지에서 “세이킬로스가 아내를 잃고서 묘비명에 적은 내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결코 슬퍼하지 말라.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라는 가슴 찡한 메시지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와 연대감을 선사했다”고 설명했다.
음반 표지와 뮤직 비디오에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포스터처럼 그가 푸른빛 가득한 수중에서 헤엄치는 모습도 담겼다. 박혜상은 “꿈속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태국에서 직접 다이빙 교육을 받고서 찍은 영상”이라고 했다. 그의 음반에는 한국 가곡이 담겨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번 음반에서는 전통 악기인 아쟁 연주에 목소리를 더한 1974년생 작곡가 우효원의 ‘어이 가리’를 불렀다. 박혜상은 “저는 애국심이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 가곡을 부르거나 한복을 입을 때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도 그는 뉴욕·파리·함부르크 등에서 모차르트 오페라에 연이어 출연하고, 뉴욕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등과도 협연할 예정이다.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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