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스턴미술관 소장 ‘고려 사리’ 8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온다
사리구는 일정 기간 대여하기로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 시대 ‘라마탑형 사리구’에 담긴 고려 스님의 사리가 85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미국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한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혜공 스님이 보스턴미술관장 등 주요 관계자와 협상을 통해 미술관이 올해 부처님 오신 날(5월 15일) 전까지 사리를 기증하고, 사리구는 일정 기간 대여하기로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15년간 이어져 온 협상이 이로써 일단락됐지만, 사리구(사리를 담는 용기)는 불법 반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완전한 반환’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구체적인 사리구 대여 기간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14세기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높이 22.2㎝로,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당시 불교 문화를 반영해 라마탑(티베트 불교 형식의 탑) 모양을 하고 있다. 사리구 안에 작은 팔각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 있으며, 사리구에 적힌 명문에 따르면 그 안에 총 22과의 사리가 담겨 있었으나, 지금은 부처 진신 사리와 당대의 고승(高僧)인 지공·나옹 스님의 사리 등 사리 4과만 남아 있다. 보스턴미술관은 1939년 야마나카 상회라는 일본 고미술상을 통해 이 사리구를 구입했다.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도굴된 후 밀거래를 통해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출처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보스턴미술관이 1941년 발간한 간행지에 따르면, 원 소장처는 경기도 양주 회암사로 추정된다.
사리와 사리구를 돌려받기 위한 논의는 지난 2009년 시작됐다. 당시 보스턴미술관 측이 사리만 돌려줄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히자, 문화재청이 “사리구도 함께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협상이 성사되지 않았다. 사리만 받으면 사리구를 되찾을 기회를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민관이 일치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2013년 이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협상 재개를 요청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문화재청은 “사리구를 임시 대여하는 동안 국내에서 보존 처리를 추진하고, 고려 시대 공예품에 대한 국내 학술 연구 진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응천 청장은 “사리는 불교의 성물(聖物)로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고,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공예품인 사리구는 85년 만에 처음 국내에서 전시돼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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