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금체불 피해 막는 무관용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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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체불 임금이 증가해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지난해 전국 누적 임금 체불액이 1조784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2.5% 증가했다.
노동부는 최근 체불 금액 10억 원(피해 노동자 5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에 나섰으나 성과는 미지수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습 임금체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담았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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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 강화하길
설 명절을 앞두고 체불 임금이 증가해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지난해 전국 누적 임금 체불액이 1조784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2.5%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다. 월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27만5432명에 달했다. 부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까지 체불액은 865억 원으로 2022년보다 11.9% 늘었고, 1만4391명이 근로 제공의 대가를 받지 못했다. 고물가에 임금까지 떼인 삶이 얼마나 팍팍할지 짐작이 간다. 장기간 고정수입이 끊긴 노동자는 빚이나 정부 보조로 연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커진 빈부 격차는 사회 갈등을 심화한다. 체불이 가정의 생존기반과 국가 안정을 흔드는 중대 범죄인 이유다.
지난해 체불이 늘어난 원인은 불황 탓이 크다. 경기 민감 업종인 건설업 체불 임금은 2022년 2925억 원에서 지난해 4363억 원으로 49.2% 급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기가 맞물려 원청이 하청에 지급할 공사비를 미루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 하청 노동자들은 체불 장기화를 우려한다. 공공 발주공사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경남에서 체불을 호소한 관급 공사장은 23곳에 달한다. 현장에선 “장비 할부금 갚기도 빠듯한 데 생활비까지 걱정”이라는 한숨 소리가 크다. 한 산후조리원 운영자는 임직원 60명에게 7억5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다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민생’이 체불에 무너지는 현장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체임 증가는 정부의 예방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노동부는 최근 체불 금액 10억 원(피해 노동자 5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에 나섰으나 성과는 미지수다. 노동계는 악덕 기업주 명단 공개와 처벌 강화를 강력히 요구한다. 체불 사업주 상당수가 벌금형에 그칠 뿐만 아니라 벌금액도 적어 재발 방지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회 이상 체불을 거듭하는 악덕 사업장이 전체의 30%에 달한다고 한다. 노동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면제하는 반의사 불벌죄 폐지도 고려할 만하다. 임금채권 소멸시효(3→5년) 연장과 이행강제금 부과 같은 제도적 정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습 임금체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담았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사건 처리다. 노동자들이 “월급 떼였다”고 아우성 쳐봐야 정확한 조사와 기소가 늦어지면 백약이 무효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근로감독관 업무가 늘어난 것도 체불 단속을 방해하는 위험요소다. 정부는 근로감독의 효율성을 높여 노동자들의 눈물을 속히 닦아줘야 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 표현대로 “노사 법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사법처리에 속도를 내는 게 민생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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