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급변하는 세상을 이겨낼 퍼레니얼 세대
새로운 지식 계속 습득해야 기술이 바꿔 논 생태계 적응
이봉순 ㈜리컨벤션 대표
세대는 세(世)와 대(代)의 합성어로 세는 사람의 한평생을 뜻하고, 대는 대신하여 잇는다는 뜻이다.
본래 세와 대는 전통사회에서 가계의 체계를 구성하는 개념으로 앞서 있는 선대와 뒤를 잇는 후대의 연속성을 의미했다. 오늘날 세대는 연령에 따른 생리적 성장변화와 사회적 특성을 고려해 20년 간격의 연령층을 한 세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 연령적 세대차이에 따라 의식의 차이가 생겨나서 그것에 따른 세대 간의 가치차이에 의한 갈등이 가족생활과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 경제, 기술들은 변화를 거듭하고 어제는 필요했던 기술이 오늘은 쓸모없어지는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구도 미래 변화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요즘,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세대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글로벌 트렌드와 국제 비즈니스 전략 분야 전문가인 와튼스쿨 마우로 기옌 교수님의 예견에서 답을 찾게 되었다.
필자와 기옌 교수와의 인연은 코로나 암흑기 속에서 시작됐다. 어두운 터널에서 출구를 찾고 있던 중 ‘2030 축의 전환’을 서점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책을 읽은 뒤 기옌 교수를 직접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제회의산업 덕분에 2021년 직접 한국에 오시도록 초청할 기회를 가졌다. 독대할 행운 또한 누리게 되어 책에서 궁금했던 내용들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때의 만남이 미래 사회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고 공부로 이어가게 해주었다. 새해를 맞으면서 연례행사 중 하나가 된 미래 공부가 또 한 번 의식을 확장하게 한 것은 그의 새로운 저서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을 만나면서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노화 문제, 새로운 경제, 기술 변화가 초래할 멀티제너레이션 시대와 ‘퍼레니얼(Perennial)’ 세대의 출현에 관한 그의 예견이 또 한 번의 신선한 깨움을 주었다.
지금까지 X, MZ, 알파 세대 같은 세대별 가치관과 행동을 이해하느라 고군분투했다. 또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멀티제너레이션 사회에서 퍼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새로운 속성을 가진 개인들의 출현은 나의 의식을 새롭게 확장시켰다. 퍼레니얼은 나이와 세대에 기반을 둔 기존의 정의와 예측을 뒤엎는다는 점에서 경제와 비즈니스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개념이었다. 퍼레니얼은 다년생 식물을 뜻하는 단어로,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우리 모두는 오래된 틀에 맞춰 살고 있다. 의무교육으로 학교에 가야 하고 국가 연금제도는 우리 생애주기를 네 단계로 나누었다. 우리의 인생을 놀이, 학교에서 공부, 직장에서 일, 그리고 은퇴의 네 단계 순차적 인생 모형으로 만들었다. 평생을 좌우할 진로를 반드시 10대에 결정하기엔 세상이 빠르게 급변하고, 60대 초반에 이미 은퇴를 준비하기엔 건강 수명이 급격하게 길어졌다. 60대 초반에 은퇴한 뒤 평균적으로 25년이란 시간을 건강하게 살게 된다.
현시대의 경제와 기술 변화 말고도 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것은 우리 수명이 과거보다 훨씬 길어졌다는 사실이다. 꿈처럼 동경해 왔던 은퇴는 천국 같은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단절되면서 인생이 지루해지기도 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지 않는가. 평균 25년이란 세월은 너무도 길다. 무려 120년 전에 지금 경제와는 아주 다른 때에 만들어진 이런 순차적 인생 모형은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예전 방식대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 급격한 기술 변화로 학교에서 배운 것이 빠르게 쓸모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20대 학교에서 배운 것들에 평생을 거는 기대를 멈추고 또다시 배워야 하는 것이다. 대학교 교육도 20대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기존 방식에서 연령층을 다변화하는 평생교육시스템으로 바꿔가면 좋을 듯하다. 또 다른 기회가 돌아올 때마다 학교로 돌아가서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새로운 커리어로 경험하며 배움과 직업을 여러 번 오가는 새로운 인생 모형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빠르게 노후화됨에 따라 20년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평생 4~5개의 경력을 추구하지 않으면 기술이 바꿀 새로운 노동 생태계에 적응할 수가 없다.
“퍼레니얼은 고정관념을 초월해 서로 그리고 주변 세계와 연결되면서 늘 꽃이 피는 모든 연령·종류·유형의 사람들 즉, 자신이 속한 세대로 정의되지 않는 사람들.” 지나 펠(Gina Pell).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에 두려움 없이 기존의 틀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놀고 배우고 일하는 상호 작용을 반복하며 세상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삶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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