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쑥 다가온 베트남

강필희 기자 2024. 2. 7. 0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베트남 여성은 강인하기로 유명하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국내 거주 외국인 중 베트남 국적이 가장 많은 만큼 그 면모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도 잦다.

지난해 베트남이 한국과의 교역 규모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전때 한국은 그들에게 적국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여성은 강인하기로 유명하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국내 거주 외국인 중 베트남 국적이 가장 많은 만큼 그 면모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도 잦다. 기자 주변의 베트남 여성들은 생활력이나 적응력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분명 한국에 온 지 몇 년 안된 새댁인데 아들 이유식을 먹이면서 ‘나비야’ 동요를 능숙하게 불렀다. 자녀 교육과 시부모 봉양을 빈틈 없이 해내면서도 종교생활 같은 사적 신념에선 결코 타협하지 않는 모습이 누가 봐도 똑 부러진다.


바구니배 타기는 베트남 다낭에서 누구나 체험하는 관광코스다. 야자수 잎을 엮어 만든 큰 광주리에 3~4명이 들어 앉으면 꽉 찬다. 금방이라도 물에 빠질 듯 위태로와 보이지만 막상 타보면 의외로 안정감이 있다. 사공이 한국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며 배를 휘청거리게 만들어 관광객들의 비명을 유발하는 게 포인트다. 떠들썩한 분위기에 젖어들 때쯤 뱃사공 대부분이 라이따이한이라는 가이드 설명에 분위기는 숙연해진다. 전쟁 시기 한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난 혼혈인이라는 의미다. 북베트남의 사회주의 통일 이후 이들은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이런 사연을 들은 한국 관광객들은 팁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베트남이 한국과의 교역 규모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대 베트남 수출은 534억9000만 달러, 수입은 259억4000만 달러로 수출입 합계가 794억3000만 달러(105조7000억 원)에 달한다. 1위 중국(2676억6000만 달러), 2위 미국(1869억6000만 달러)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일본(766억8000만 달러)은 넘어섰다. 교역 규모에서 베트남이 일본을 앞서기는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한국과 베트남 무역은 1992년 수교 당시 5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31년 만에 무려 160배 불어났다.

베트남전때 한국은 그들에게 적국이었다. 그런데도 현대 베트남 젊은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가요를 듣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화장품을 바르는데 주저함이 없고, 오히려 매우 사랑한다는 인상까지 준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배척과 협력이라는 이율배반적 형태로 존재하는 양가적 감정을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서도 본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 데다 끊임없는 외세 침입에도 조국을 지켜냈다는 민족적 자부심, 분단의 아픔까지 공유한 게 두 나라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든, 정서적 동질감 때문이든 사돈지간이라는 관계 설정이 어울리는 양국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