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숲길] 저출산위기, 나라가 쫄딱 망할 수 있는데
골목으로 이어지는 도회에 살면서 아이들을 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여서 뛰어노는 모습은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들어본 지 오래입니다. 늘 익숙한 모습의 이웃들이 시간의 흐름에 기대어 늙어가고 있는 모습뿐입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꽃은 피고 지고 세월은 가도’ 이제 아이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교과서였는지, 동화책이었는지 어린 시절에 읽은 이야기가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어느 마을에 아주 큰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무섭게 생긴 거인이 살고 있고 담장 또한 높아 늘 추운 겨울만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봄이 오고 꽃이 피는데 거인의 집은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하루는 거인이 집의 문을 열고 어린아이들이 찾아와서 뛰놀게 하자 마당의 나무에 꽃이 피고 새가 날아와 노래하는 봄이 찾아왔다는 그런 줄거리를 가진 동화였습니다. 아이들이 사라진 우리 사회는, 인구 소멸로 접어든 대한민국은 문이 닫힌 그 거인의 집과 같다고 생각해 봅니다. 미래를 그린 그림에 어린아이가 뛰어놀지 않는 이상 봄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계절의 이름일 것입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의 18세 미만 아동 인구가 200만 명이 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비유하자면 울산광역시와 창원특례시를 합친 인구만큼 아동 인구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건 무서운 재앙입니다. 저출산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주위의 희망을 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미래를 상상하는 일, 그것이 공포 영화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 결과 올해는 전체 아동 인구 700만 명 선이 깨질 것이라 합니다. 비교하자면 지난해 우리나라 0세부터 17세까지 아동 인구는 707만7206명이었습니다. 10년 전인 2014년의 아동 인구는 918만6841명이었습니다. 10년 사이 23%에 달하는 210만9000여 명이 줄어들었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아동들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18%에서 13.8%로 축소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 가까이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1901년 4월 20일에 개교한, 123년의 역사를 가진 이 초등학교는 현재 남학생 60명, 여학생 63명 등 123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3학급의 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졸업생만 210명이 넘었습니다. 한 반에 70명 이상의 학생이 모여 수업을 했습니다. 당시 한 학년 57%의 학생이 전교생을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 이 학교를 나온 제 친구는 당시 학생 수가 너무 많아 6년 동안 운동회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씁쓸한 기억을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비교가 베이비붐 세대와 저출산 시대 어린이들의 주소를 설명해 줍니다. 그 시절 대문을 열고 나오면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었습니다. 한시도 조용할 이유가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이었습니다. 어느새 베이비붐 세대는 모두 직장에서 은퇴하고 대부분 노인 인구로 편입되는데, 그들이 출발했던 아동 인구의 자리는 텅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는 꼴입니다.
아동 인구의 빠른 감소는 당장 2022년 3만9053곳이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2028년에는 2만6637곳으로 31.8%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불과 6년 만에 무려 1만3000여 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사라집니다. 어디 사라지는 것이 그것뿐이겠습니까. 초중고와 대학이 사라지고 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교육기관이 사라지고 나면 어떤 나라로 변해있을지.
서울인들 저출산을 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서울의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가 처음으로 5만 명대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나라가 저출산에서 출산으로 전환할 획기적인 정책이 시급한 때입니다. 나라의 존망이 그 문제에 달려있는데, 정부와 국회는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당신들만 잘 먹고 잘살다 가면 되는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당장 신경 쓰지 않으면 나라가 쫄딱 망할 위기의 시간이 바로 저기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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