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중대재해 예방, ‘진심’을 촉구한다

곽태원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 2024. 2.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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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원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

적용유예 논란 끝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포괄하는 개념인데, 새롭게 적용되는 조항은 중대‘산업’재해에 관한 내용이다.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등의 중대한 산업재해를 말한다.

법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나 법인은 중대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배치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진다. 아울러 원청이 실질적으로 하청업체를 지배 관리하는 경우에는 원청의 사업주나 법인 역시 같은 의무를 진다. 이런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고 법인은 50억 원까지 징벌적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 법의 골자이다. 법 제정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공포 후 3년간 그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이 부칙에 포함되었는데, 그 기간이 지난 1월 27일로 끝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의 계기가 된 사건은 2017년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붕괴로 인한 하청노동자 사망사건, 그리고 2018년 12월 10일에 일어난 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사망사건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이었던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10만 이상의 법 제정 청원, 노동계와 유족들의 20일이 넘는 단식을 거치고서야 2021년 1월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1년 후인 2022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와 관련해 경제단체와 노동단체의 입장은 정반대다. 경제 6단체는 일제히 적용 유예를 촉구했다.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처벌이 집중되면서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보다 폐업과 실직 등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동단체는 “그동안 뭘 했느냐”며 적용 유예를 반대했다.

두 주장 모두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위해 우리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객관적인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재 사망자의 수로 살펴본 우리나라 중대산업재해는 크게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진다.

우선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이 상위권에 속한다. 멕시코와 같은 몇 몇 나라를 제외하면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편이다. 통계 작성의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산업재해 후진국이다. 둘째, 사망자 수의 꾸준한 증가 추세이다. 법이 제정되기 전해인 2020년에 2062명이었던 산업재해 사망자는 법 공포 후 첫해인 2021년 2080명으로 늘었다. 우려스러운 것은 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2022년에는 그보다도 더 많은 2223명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 역시 2020년(1.09명)보다 2022년(1.10명)에 더 늘었으니 근로자 수가 늘어난 탓도 아니다.

세 번째 특징은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장 규모별 사망자의 분포이다. 2022년 산재 사망자 총 2223명 가운데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572명)와 논란이 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800명)를 합친 1372명은 전체 산재 사망의 60%를 넘는다. 법이 공포된 해인 2021년 역시 각각 27.2%, 40.5%로 전체의 60%를 훌쩍 뛰어넘는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의 6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산재 사망자의 수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엄연한 현실이다. 또 통계에 의하면 120억 원 이상 규모의 대형 건설현장 산재 사망자의 89.6%는 하청노동자다. 중소건설사 중대재해의 심각성을 암시한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의 적용 여부가 아니라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다. 그 해법은 일터에서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진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야는 총선을 겨냥한 명분쌓기나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몰두할 일이 아니라, 중소영세기업에서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두고 즉각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중대재해 예방에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 노사, 여야 정치인, 그리고 정부의 ‘진심’ 어린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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