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염의 사회학
따로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기르진 않는다. 꼭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꿔 말하면 절대 평범하지는 않다는 뜻이겠다. 수염(鬚髥) 얘기다.
뚱딴지처럼 느닷없이 화두로 수염을 꺼낸 건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는 대표적인 성적 이형이어서다. 남성 호르몬에 의해 촉진된다. 그래서일까. 여성에겐 거의 나지 않는다. 유전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원래는 한자어였다. 우리말로는 ‘나룻’이다. 귀 밑에서 턱까지 난 털을 가리키는 ‘구레나룻’과 연계하면 덜 낯설다.
남성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들의 선호도는 낮다. 잘 생긴 남성이 기른다고 해도 깎으면 더 잘 생길 것이란 말이 이 대목에서 나온다. 수염이 있으면 얼굴을 볼 때 먼저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콧수염이 특히 그렇다.
외모에 특징을 부여하는 데 이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표적이다. 인상이 험악해 보이니 수염을 기르면 괜찮을 것 같다고 충고한 한 소녀의 편지를 받고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그 후 지지도도 올랐다.
서양에선 거부감이 적다. 애초 유럽에선 잘 관리하면 격식 있는 남성의 외모로 인정받았다. 고대 그리스 석상을 봐도 수염을 기른 작품이 많다. 그래서 단순히 남에게 눈치가 보여 매번 면도하는 남성의 비중이 적고, 멋진 수염을 가꾸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귀찮아 자주 깎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조선시대까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이후 일제강점기 도산 안창호 선생과 몽양 여운형 선생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들로부터 존경도 받았다. 물론 그 콧수염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곧 설 명절이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세배를 받는 어른 중 수염을 기른 분이 드물다. 세태가 변하고 있어서다. 혹시 존경받을 만한 어른이 안 계셔서 그런 건 아닐까. 우문(愚問)에 우답(愚答)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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