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의 역사와 건강한 ‘공생’을 위한 길
1990년대에 들어서야 동물보호법을 제정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유럽에서는 200여년 전부터 동물복지법을 제정했다. 유럽에서는 19세기에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는데 그중에서도 영국에서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인식과 교육이 당시 관심을 받기 시작해 동물 보호의 관심도 또한 폭증했다. 이후 영국은 1822년 세계 최초의 동물복지법을 제정하게 된다. ‘마틴법’이라고도 불리는 ‘가축학대방지법(Cruel Treatment Cattle Act )’이다. 이 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말과 거세된 동물, 새, 소, 양 등의 가축을 학대하거나 잔인하게 대하면 10실링 이상 또는 5파운드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11년 영국은 포괄적인 동물보호법을 제정했고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1850년, 1871년 동물을 학대한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1991년 동물보호법이 처음으로 제정됐다.
서양에서 동물과 가축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과거의 일은 아니다.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동물권 옹호자는 기원전 530년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가르쳤으며 채식을 지지했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불교가 발전하면서 가축과 동물을 보호하고 채식을 지향하는 이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소수의 생각이었으며 인간의 역사가 18세기에 이를 때까지 동물은 재산이나 물건이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 같은 17세기 서양 철학자들은 동물이 영혼도 생각도 없다고 생각해 고통도 못 느끼는 존재라 여겼다. 18세기가 되자 프랑스 철학자 장자크 루소와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이에 반대해 각자가 믿는 가치관과 철학 내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구조적으로 동물권이 무시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공장식 축산과 대량생산 시스템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하는 것은 동물복지의 대상 확대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에서는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 동물의 범위를 ‘인간을 제외한 모든 척추동물’로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과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무척추동물도 법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보호 대상인 동물의 범위를 넓히고 올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는 등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가축에 대한 대우를 발전시키는 데 최근 몇 년 동안 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많은 논란을 빚어냈지만 결국에는 통과된 ‘개 식용 금지법’도 그 노력이 엿보이는 케이스다.
하지만 법보다 더 시급한 것은 국민의 인식이다. 영국도 1800년대 초 최초의 동물복지법을 제정하고 법이 제대로 실행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사회의 인식이 나아지지 않는 한 법의 제정이 큰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다른 존재들과의 건강한 공생을 위해 더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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