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46> 유배지 기장서 고향 그리며 읊은 조선 후기 심노숭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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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을 헤아려 보니 지금쯤 이미 집에 도착하여(計程今已到家中·계정금이도가중)/ 일마다 똑같이 벌어지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으리라.
정조 순조 연간의 문신인 심노숭이 1801년 경상도 기장현(현 부산 기장군)에 유배되었다.
1801년(순조 1) 노론 벽파가 정권을 장악하자 시파의 핵심인물이던 부친 심낙수는 관직이 추삭(追削)됐고, 심노숭도 1801년 2월 기장으로 유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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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을 헤아려 보니 지금쯤 이미 집에 도착하여(計程今已到家中·계정금이도가중)/ 일마다 똑같이 벌어지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으리라.(事事眞如眼覩同·사사진여안도동)/ 어린 아들은 문을 뛰쳐나와 반겨 웃고(稚子出門欣笑色·치자출문흔소색)/ 노친께선 문을 열고 기쁜 내색 반에 걱정이 반이네.(老親臨牖喜愁容·노친임유희수용)/ 멀리 있는 자식 염려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고(慰來慈念長思遠·위래자념장사원)/ 궁벽한 곳에서 잘 지낸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리네.(道得剛腸善處窮·도득강장선처궁)/ 산수가 가로막혀 길이 멀어도 생각은 잘도 다녀오니(神去不知山水遠·신거부지산수원)/ 눈발이 날리는 밤하늘에 나 홀로 시를 읊네.(夕天飛雪獨吟風·석천비설독음풍)
위 시는 효전(孝田) 심노숭(沈魯崇·1762~1837)의 ‘노정을 따져 보니(計程)’로, 그의 문집인 ‘효전산고(孝田散稿)’에 수록돼 있다.
정조 순조 연간의 문신인 심노숭이 1801년 경상도 기장현(현 부산 기장군)에 유배되었다. 위 시는 적소인 기장에서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집을 그리며 지었다. 그는 비록 몸은 적소에 있지만 생각은 고향집을 왔다 갔다 한다. 어린 아들은 아버지가 오셨다고 좋아 웃음 짓는다. 어머니는 반기는 마음 반, 걱정하는 마음 반이다. 그렇게 상상으로 집에 다녀온 후 눈발이 날리는 밤에 홀로 앉아 시를 읊는다.
심노숭은 귀양 사는 동안 ‘남천일록(南遷日錄)’과 38책에 달하는 방대한 문집인 ‘효전산고’를 썼다. 정치를 논한 편저 ‘정변록(定辨錄)’, 역대 야사를 필사한 총서 ‘대동패림(大東稗林)’을 남겼다. 자기 삶과 격동기의 정치·사회·문화적 실상을 기록한 자서전 ‘자저실기(自著實紀)’ 등도 지었다. 1801년(순조 1) 노론 벽파가 정권을 장악하자 시파의 핵심인물이던 부친 심낙수는 관직이 추삭(追削)됐고, 심노숭도 1801년 2월 기장으로 유배됐다. 1806년 정순왕후 승하를 시작으로 벽파정권이 무너지자 그도 해배되었다. 어제 아침 동생이 운영하는 카페에 앉아 있는데 부산 기장에서 왔다는 남자 손님이 커피를 주문했다. 필자와 함께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장에서 유배 산 심노숭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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