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봉 내려놓을 생각 없는 클린스만…“다음 대회 준비해야” [GOAL 알라이얀]

[골닷컴, 알라이얀(카타르)] 강동훈 기자 = “다가올 경기, 그리고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7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한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이날 클린스만호는 그야말로 완패를 당했다. 킥오프와 동시에 요르단의 일방적인 응원 공세와 강한 압박, 빠른 축구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골키퍼 조현우(울산HD)의 선방쇼로 버텨내는 듯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클린스만호는 후반 8분과 21분 각각 야잔 알나이마트(알아흘리)와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에게 내리 실점하면서 무너졌다.

패배한 클린스만호는 결승 진출이 무산되면서 고개를 떨궜다. 이와 동시에 64년 만의 아시아 최정상을 향한 계획도 ‘산산조각’이 나면서 여정을 마치게 됐다. 클린스만호는 일본, 이란 등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 평가받았지만, 끝내 결승에 오르지 못하면서 짐을 싸게 됐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 실패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마지막으로 결승에 오른 건 지난 2015년이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역대 요르단과 상대 전적에서 7전 3승 3무 1패가 되면서 첫 패배를 떠안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결승 진출이 목표였는데 패배해서 너무 아쉽다. 요르단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운을 뗀 뒤 “요르단은 오늘 경기력이나 보여준 투쟁심을 보면 충분히 승리하고 결승에 오를 자격이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일대일 싸움에서 절대 지지 말고, 또 주도권을 잡고 지배하자’고 메시지를 던졌는데 초반 30분 동안 밀리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실점하면서 더 어려워졌고, 또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고 총평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부임한 후부터 줄곧 “64년 만의 아시아 최정상에 오르겠다”고 자신 있게 외쳤다. 특히 그는 ‘근태 논란’을 빚으면서 여론이 악화됐을 당시 우승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공약을 걸면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때는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감독의 숙명”이라며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우승에 실패하면서 증명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러나 “지도자로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되고 원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한국으로 돌아가서 세밀하게 대회를 분석해야 한다. 우리가 경기를 치르면서 잘 됐던 점, 또 보완해야 할 점들을 논의해야 한다”며 “그 이후엔 다가올 경기, 그리고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어려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이 있다. 이번 대회를 잘 분석해서 앞으로 잘 준비하겠다”며 지휘봉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수들은 패배가 확정되자 그라운드에 주저앉고, 또 고개를 떨궜다. 일부 선수들은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환하게 웃으면서 요르단 감독 및 코칭스태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건 당연하다. 상대가 잘하는 건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패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다”며 “웃으면서 축하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저와 기자분들의 생각하는 관점이 다를 수도 있다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환하게 웃었지만, 경기에서 패하면서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화도 많이 난다.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고자, 또 요르단이 더 이기고 싶다는 투쟁심을 보여줬기에 축하하기 위해 그랬다”고 해명했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어떤 부분을 느꼈는지 묻자 클린스만 감독은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참가하는 팀들이 한 경기 한 경기 목숨을 걸고 전투하는 걸 보여줬다”며 “특정 선수들도 눈에 띄었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특히 아시아 축구의 평준화를 느꼈다”고 답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