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4강 요르단전 아무것도 못 하고 졌다…전술 부재, 김민재 공백만 절감[스경X도하]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 요르단 야잔 알나이마트가 선취골을 넣은 뒤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호가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졌다. 공격진에서 사전에 약속된 움직임으로 풀어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수비의 핵 김민재(바이에른 뮌핸)의 공백은 어느 때보다 컸다.

한국 대표팀은 7일 0시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졌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멈추게 됐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요르단 팬들은 한국 선수들이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내며 원정 경기 분위기를 방불케했다. 요르단 선수들은 일방적인 응원에 화답하는 경기력으로 한국을 압도했다. 클린스만호로선 결과도 내용도 좋지 못한 졸전이었다.

이날 대표팀은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운 가운데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미드필더를 3명 세운 4-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앞선 경기들에서 중원 수 싸움에서 열세를 보였던 점을 만회하려는 듯 활동량과 축구 지능이 뛰어난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이재성을 미드필드에 세운 것이 눈에 띄었다.

수비의 핵 김민재가 빠진 자리에는 정승현을 대신 섰다. 이외에도 김영권, 설영우(이상 울산), 김태환(전북) 등 지난 시즌까지 울산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로 백포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도 울산 조현우가 꼈다.

요르단은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스피드와 기술이 좋은 스트라이커 야잔 알나이마트(알아흘리), 오른쪽 윙어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를 중심으로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역습으로 한국 수비를 휘저었다.

한국은 미드필더 숫자를 늘렸지만 후방 빌드업이 자주 끊기고, 세컨볼도 따내지 못하면서 좀처럼 상대 진영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전반 24분에야 설영우의 크로스에 이은 이강인의 첫 슈팅이 나왔다. 그 사이 요르단은 6차례 슈팅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상대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중반 이후 요르단의 파상공쇄가 잦아들고 흐름이 한국쪽으로 넘어오는 것처럼 보였다. 설영우가 상대 박스 안에서 수비수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반칙이 선언돼 페널티킥(PK)을 얻었지만, VAR 결과 취소됐다. 전반 32분 황인범이 올린 크로스를 이재성이 머리에 갖다댔지만, 골대 맞고 나왔다.

하지만 좀처럼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계속해서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했다. 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돌파, 설영우의 컷백 패스에 이어 황인범의 슈팅까지 나왔지만 공은 한참 골대 위로 지나갔다. 대표팀은 전반 요르단에 12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박스 안 슈팅 7개, 유효슈팅도 4차례나 될 정도로 위기 순간이 많았다. 요르단의 기대 득점 값은 1.1골, 한국은 0.1골에 그쳤다.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교체 카드 없이 나섰다. 결국 후반 8분 선제골을 내줬다. 후방 빌드업 도중 볼을 빼앗겼고, 요르단 알나이마트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먼저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 대신 스트라이커 조규성을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지만,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1분 알타마리에게 추가 골을 내주며 2-0까지 밀렸다. 추가 실점도 우리 진영에서 패스가 끊긴 것이 빌미가 됐다. 이후 황희찬과 이재성 대신 정우영, 양현준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한국은 앞서 조별리그 경기에서 요르단에 2-1로 끌려다니다 힘겹게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설욕하며 우승 도전을 이어가리란 기대가 높았지만, 실망스러운 경기만 보여줬다. 요르단은 한국을 제물 삼아 역사상 최초로 대회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