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지속가능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

2024. 2. 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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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도입 땐 실적 향상 동반돼야
주식 장기투자 유도 위한 양도세 개편을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의 주가보다 지속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현상이다. 기업의 주가를 평가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지표인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여기서 주당순자산은 기업의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순자산을 발행 주식수로 나누어 구한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회사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의 가치보다 현재 주가가 낮음을 의미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증시 평균 PBR은 1.05배로 선진국 평균 3.10배보다 낮을 뿐 아니라 신흥국 평균 1.61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등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독려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상장사들의 PBR 등 주요 투자지표들을 시가총액과 업종별로 비교해서 공시하고,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의 공표를 권고하며,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도입해 주가를 견인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의 발표 후 주가 상승 기대감에 PBR이 1배 미만으로 낮은 주식들의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정부의 이런 정책은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가 작년 초부터 시행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주가가 한국과 달리 작년부터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이런 기업가치 제고 방안 때문만이 아니다.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관련 업종 주가가 상승한 영향이 크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최근 불고 있는 저PBR 주가 상승세 역시 관련 기업들의 실적 향상을 동반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

또한, 정부의 권고와 독려에 의한 기업 등 떠밀기 식 주주가치 제고 조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보다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당을 늘릴 유인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주식 투자관련 세제를 개편해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당금을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사서 높을 때 팔아 양도소득을 얻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배당소득에는 15.4% 이상의 세율로 과세를 하지만, 양도소득의 경우에는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종목당 보유금액 50억원 이상인 대주주가 아니면 과세하지 않는다. 주식을 팔 때 매도가액의 0.18%인 증권거래세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므로 주식투자자들은 배당소득보다 양도소득을 얻기 위해 주가가 조금만 상승하면 바로 매도해서 이익을 실현하는 단기투자 위주의 거래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주가의 변동성을 키울 뿐 아니라 기업들이 장기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배당을 늘릴 유인을 낮춘다. 즉, 우리 증시의 주가를 낮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인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 기회에 주식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양도소득에 대한 새로운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은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면 개인의 일반 소득과 합쳐 누진세율로 종합과세하지만,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면 0∼20%의 낮은 세율로 분리 과세한다. 이런 방식의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를 실현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배당소득 추구와 절세를 위한 주식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들도 장기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배당을 늘리게 된다. 이는 한국 증시의 주가 변동성을 낮춰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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