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학으로 파헤친 호주제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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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를 아무리 관찰해도 호주(戶主)제도라는 것은 없더군요. 만일 있다면 호주는 당연히 암컷일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호주제의 피해를 겪고 있는 여성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도 접했다.
이에 과학자의 시선으로 호주제의 생물학적 모순을 파헤친 책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을 2003년 출간했다.
호주제는 번식의 주도권을 쥔 여성이 아닌 남성 중심적으로 설정된 가부장 체제이며, 과학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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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312쪽|이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자연계를 아무리 관찰해도 호주(戶主)제도라는 것은 없더군요. 만일 있다면 호주는 당연히 암컷일 것입니다.”
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000년 교육방송(EBS)에서 ‘여성의 세기가 밝았다’라는 제목으로 강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가부장제를 지탱하던 호주제가 법적으로 유효할 때였다. 방송 직후 쌍욕까지 담은 비난이 최 교수에게 빗발쳤다. 그런 가운데 호주제의 피해를 겪고 있는 여성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도 접했다. 이에 과학자의 시선으로 호주제의 생물학적 모순을 파헤친 책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을 2003년 출간했다.
당시 출간된 책은 찰스 다윈의 성 선택론에서 시작해 여성성과 남성성의 완벽한 이분법적 분리는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허상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호주제는 번식의 주도권을 쥔 여성이 아닌 남성 중심적으로 설정된 가부장 체제이며, 과학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최 교수는 2004년엔 직접 헌법재판소 법정에 출두해 과학적인 근거로 호주제 폐지를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호주제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08년 호주제는 완전히 폐지됐다.
20주년 기념 개정판은 원래 제목의 토씨 하나만 바꿨다. ‘남자도 화장을 한다’가 아닌 ‘남자가 화장을 한다’로다. 남자가 화장을 하는 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 20년 전보다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문구를 일부 수정했고, 최 교수와 정희진 여성학자,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대담을 새로 수록했다. 호주제는 폐지됐지만 젠더 갈등은 여전한 지금, 성별의 구분을 넘어서 민주적인 수평사회를 만들어 갈 실마리를 제시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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