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경쟁' 교통정리 돌입...대통령실 출신은?
5선 서병수, 부산 진갑→북·강서갑...野 전재수와 붙나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심사 평가에 들어간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일부 '양지'에 공천 신청자가 몰린 상황에 공천 잡음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대통령실 출신 후보들이 양지만 찾는다는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5선의 서병수 의원이 당의 지역구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중진 희생론'에 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서병수 의원님께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있는 부산 북·강서갑으로 출마해 주십사 (부탁했다)"며 "경남 지역에서는 김태호 의원님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있는 경남 양산을 지역 출마를 부탁드려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 사무총장은 "우리 당으로선 꼭 이겨야 하는 전략지역들이 있다. 정치신인을 내보내서는 이기기 힘든 지역"이라며 해당 지역에 대한 우선추천(전략공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저희가 낙동강벨트를 사수하고 찾아온다면 이번 총선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승리의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5선인 서 의원의 현 지역구는 부산 진갑으로 보수 세가 강한 지역이다. 서 의원은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부산 북·강서갑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강서갑은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곳으로 국민의힘 험지로 분류된다.
3선 김태호 의원의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은 경남에서 가장 보수성향이 강하다. 반면 양산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향 하북면 인근으로, 양산에서 분구된 20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당선돼 왔다. 현재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두 의원의 지역구 변경에 당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서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를 지낸 바 있다. 지역 내 높은 인지도와 조직력을 갖춰 험지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선 중진인 두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며 당의 희생 요구에 부응한 만큼 추가적인 중진 지역구 변동이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앞서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 당선된 중진에 대해 공천 심사 시 15%에서 최대 35%의 감산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점 적용 대상으로는 정우택·정진석·조경태·주호영 의원(5선), 권성동·김기현·김학용·윤상현·이명수·홍문표 의원(4선), 김도읍·김상훈·박대출·박덕흠·유의동·윤영석·윤재옥·이종배·이채익·이헌승·장제원·조해진·하태경·한기호 의원(3선)이 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진의원들에 대해 "본인들이 수고해서 다선 의원이 됐지만 또 당의 혜택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서 "지금 당이 굉장히 어려운 입장인데, (이런 분들이) 먼저 우선적으로 나서서 어려운 지역에 가서 한 지역구라도 이렇게 (탈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저도 불출마하지 않았나"라며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헌신하는 게 국민의힘 승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출마가 꼭 답은 아니지만 꼭 이겨야 할 것, 치열한 승부의 장에 많은 실력 있는 분들, 중량감 있는 분들이 나가주는 게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중진 희생을 촉구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마포갑에서 이용호·조정훈·최승재 의원 등 현역의원 3파전이 벌어졌으나 이 의원이 서대문갑으로, 최 의원이 경기 광명갑으로 바꾸면서 교통 정리를 마쳤다. 마포갑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네 번 당선된, 야당 세가 강한 곳이다. 다만 노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는 데다 마땅한 대안도 없어 국민의힘에서는 '해 볼 만한 지역'으로 보고 있다. 서대문갑과 광명을은 모두 17대 총선부터 민주당 계열이 당선된 곳이다.
옆 지역구인 마포을은 '사천 논란'을 빚은 김경율 비대위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논란이 잠잠해진 모습이다. 마포을은 지난 3번의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모두 패배한 곳이다.
앞서 경기 분당을도 김은혜 전 홍보수석과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출마를 저울질하며 경쟁이 예상됐으나 박 전 장관이 서울 영등포을로 최종 결정하며 정리됐다. 분당을과 영등포을 모두 민주당 현역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접전을 벌인 격전지로 상대적으로 '해 볼 만한 지역'이다.
공천 심사가 진행되는 만큼 국민의힘은 교통 정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서 의원이 떠난 부산 진갑은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과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정성국 한국교원총연합(교총) 회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추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서울 중·성동을은 하태경 의원과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하 의원은 당초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으나 당의 요청에 따라 중·성동을로 옮겼다. '꽃밭 경쟁'으로 비판을 받은 서울 강남을도 교통 정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강남을은 검사 출신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과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박 전 장관은 21대 총선 당시 강남을에서 당선됐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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