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합병’ 증거·법리 다 배척당한 檢, ‘기계적 항소’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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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을 무죄로 선고한 것에 대해 검찰이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재직 당시 수사와 기소를 지휘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심 판결에 대해 "삼성그룹의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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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이 내세운 주요 증거와 법리는 모두 배척됐다. 대표적으로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막대한 분량의 파일을 압수했지만 법원은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범죄와 관련 없는 데이터까지 무분별하게 복제가 이뤄지는 등 압수수색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법원은 증거 취득의 적법성을 엄격하게 따지는 추세다.
또 검찰이 주장한 법리의 핵심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해 독단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미래전략실이 관여하기 전부터 두 회사가 사업상의 이유로 직접 합병을 추진했고 경영권 승계를 합병의 유일한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불법 경영권 승계 목적의 합병’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면서 이를 위해 회계보고서를 조작하고 허위정보를 유포했다는 등 검찰이 적용한 나머지 혐의들도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항소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나중에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수년간 재판을 계속 받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영미 법계에서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경우 검사가 항소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인사청문회 당시 이런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기계적 항소를 지양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 회장은 이 사건으로 5년 2개월에 걸쳐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107차례의 공판 중 96차례 직접 출석했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는 크게 제약을 받았다. 특히 신성장동력 확보에 필수적인 대형 M&A는 2016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검찰 재직 당시 수사와 기소를 지휘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심 판결에 대해 “삼성그룹의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항소에 상고까지 하면 최소 3년 이상 사법 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삼성이라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의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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