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의사 형사책임 면제, 기울어진 운동장 더 쏠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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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장이던 조수진 교수는 2017년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돼 구속됐다.
사건 1년 전 소아과 분야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등재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의료사고로 한순간에 피고인이 됐다.
법원은 병원 측의 감염 관리 부실을 인정하면서도 의료진에게 형사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판결해 유족들이 크게 반발했다.
의료계는 이 사건으로 의대생들의 소아과 기피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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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형사책임 감경은 의사들의 숙원이다. 특히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 등 필수 분야로 의사들이 오지 않는 건 열악한 근무 환경 외에도 소송 리스크가 주요 이유다. 정부가 최근 의료사고 시 의사에 대한 형사기소를 면제해주는 특례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의사 증원에 따른 의료계 반발을 달래려는 목적이 있다. 이 법은 의사가 종합보험이나 공제조합에 가입해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보상할 수 있다면 공소 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한 게 핵심이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운전자에게 자동차보험을 의무화하되 음주운전 등 중과실 외에는 인명 피해를 내더라도 형사처벌을 줄여주는 법이다. 의료행위는 운전과 비슷하게 사고 위험이 늘 있는데 실수로 낸 사고라면 피해자 배상에 집중하고 처벌은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두 법 사이엔 중대한 차이가 있다. 교통사고 특례법은 운전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전제하고 불가피한 사고였다면 운전자가 입증하도록 한 반면, 의료사고 특례법은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 의료소송은 심각한 정보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의사 과실을 입증하도록 해 환자에게 크게 불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에게 형사 면책까지 주어지면 법의 저울은 의사 쪽으로 완전히 쏠릴 수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는 물론, 성형·미용 분야에도 특례법 적용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인데 의료사고가 특히 많은 성형수술까지도 의사에게 ‘면책특권’이 주어지면 환자들은 무방비로 의사에게 생명을 맡겨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의료사고에 형사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의사들이 사고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애초에 포기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의사의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환자 방어권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영미법계에 있는 ‘사과법(apology law)’을 도입해 의료분쟁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의료사고 시 의사가 환자 측에 적극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해도 소송에서 불리한 증거로 활용되는 걸 막아주는 법인데 이 법 도입 이후 소송으로 가는 비율이 확 줄었다고 한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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