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득점왕도 눈물 흘리는데...” 일본, 8강 탈락에 계속되는 후폭풍
다시마 고조(67) 일본축구협회장이 지난 3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내 공동취재구역 믹스트존(Mixed zone)에 나타났다. 일본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경기 막판 페널티킥 골을 허용해 1대2로 패배한 직후였다. 선수와 기자가 대화하는 믹스트존에 축구협회장이 직접 나서는 일은 드물다. 다시마 회장은 “불행히도 이런 결과가 되어 버렸다. 누구 한 명이 못해서가 아니라, 팀 전체가 밀렸다는 게 패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시안컵은 각 라운드에서 탈락한 팀끼리 승점·득실·다득점 등을 따져 순위를 정한다. 일본은 1988년 조별리그 탈락 후 최악 성적인 7위에 자리했다. 대회 참가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7위로 가장 높았던 덕분에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었는데, 허무하게 탈락하고 말았다. 초라한 성적에 쏟아질 비난을 우려해 축구협회장이 직접 나섰던 것이다.
다시마 회장의 마지막 한마디가 일본 내 논쟁에 불을 지폈다. 모리야스 하지메(56) 일본 감독 이야기였다. 다시마 회장은 “감독 경질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독일, 스페인을 이겼던 일들이 아시안컵에서도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이번을 우리 스스로 다잡는 기회로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FIFA 랭킹에서 한참 앞서는 스페인, 독일을 연파하며 16강에 올랐다.
다시마 회장의 이야기가 보도되자 오히려 감독을 해임하자는 여론이 확산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 일본 서버에는 ‘모리야스 해임’ ‘감독 해임’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모리야스 감독 관련 뉴스에는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보강할 수 있는 포지션이 감독”이라며 “선수층은 세계적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데, 감독이 세계 수준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는 댓글이 인기 순위를 차지했다.
경기를 조율하는 미드필더 모리타 히데마사(29·스포르팅)는 이란전을 마치고 “내가 경기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나는 마지막으로 미세한 조정을 하는 역할에서 끝나야 하고, (벤치에서) 더 여러 가지 제시해 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이 알려지면서 모리야스 감독을 해임하자는 목소리가 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모리야스 감독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는 건 각오하고 있다. 일본을 위해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일본 선수들의 간절함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많다. 구보 다케후사(23·레알 소시에다드)는 경기를 마치고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내가 뭔가 반성해야 할 만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보는 대회 전에도 “나에게 돈을 주는 팀은 레알 소시에다드인데, 리그 중에 대회가 열리는 게 아쉽다”고 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선수들이 아시안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했다.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는 “선수들은 패배 이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눈물이 동기부여를 가늠하는 척도는 아니라고 해도, 대회에 대한 각오가 부족해 보였다”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까지 차지했던 한국의 손흥민조차도 호주전에서 이기고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경기에 모든 걸 걸었던 것이다. 재능만으로 이길 정도로 아시안컵은 쉽지 않다”고 했다. 책임을 돌리던 일본 선수 중 이타쿠라 고(27·보루시아)만은 “패배 원인은 나다. 대표팀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타쿠라는 이란전 경기 막판 반칙을 하면서 페널티킥을 헌납했던 수비수다.
후폭풍에 시달리는 건 일본 뿐이 아니다. 2무1패로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중국은 최근 1년가량 팀을 이끌었던 알렉산다르 얀코비치(52·세르비아) 감독을 경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발표가 나지는 않았지만, 이에 얀코비치는 언론을 통해 “중국 선수들은 대표팀 발탁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고난과 희생을 두려워할 뿐 아니라 축구 선수로서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중국 스포츠 매체 즈보닷컴은 “중국 축구 수준을 생각하면 유럽과 남미보다는 한국과 일본에서 배우는 게 맞는다”며 한일 양국에서 사령탑을 선임하자는 의견을 냈다.
3패로 힘없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베트남 역시 필리프 트루시에(69·프랑스) 감독을 경질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 더 타오는 “박항서 감독의 업적은 트루시에 감독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뛰어나다”고 했다. 베트남은 박항서(67) 감독이 이끌던 지난 대회에선 8강까지 올라갔었다. 이에 트루시에 감독은 “베트남 언론과 팬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맞서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셰플러 퍼트 안 보고 다음 홀로 간 김주형 “경기에 집중했을 뿐”
- 감리회 감독회장에 김정석 목사
- 美정보기관들 “우크라에 서방 미사일 ‘장거리 타격’ 허용은 위험”
- Exclusive: SK Group subsidiaries launch voluntary retirement programs
- 경찰, 송두환 전 인권위원장 ‘이재명 무료변론’ 불송치... “무혐의”
- ‘세계 최장 복역’ 일본 사형수, 58년 만에 살인자 낙인 지웠다
- 다낭발 방콕행 여객기서 승객이 폭파 위협… 승객 120명 ‘덜덜’
- 한달간 계란 720개 먹은 하버드 의대생…놀라운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
- 동대문문화재단, 거리예술축제 ‘2024 동대문페스티벌’ 10월 12~13일 개최
- 퇴사했던 ‘천재 직원’ 데려오려고 3조6000억원 쓴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