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를 살려내라,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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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극구 피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설 연휴 전 7일 KBS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대신 KBS '뉴스9' 박장범 앵커를 지난 4일 용산으로 불러 대담을 녹화했고, 방송은 편집본이 나간다고 한다.
윤 대통령 이전, 어떤 대통령도 '수신료 현실화'에 나서진 않았지만, 수신료로 KBS를 위협하진 않았다.
현재 박 사장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백척간두의 KBS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박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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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극구 피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설 연휴 전 7일 KBS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대신 KBS ‘뉴스9’ 박장범 앵커를 지난 4일 용산으로 불러 대담을 녹화했고, 방송은 편집본이 나간다고 한다. 이번 KBS 대담에서 진행자가 ‘김건희 여사’, ‘디올백’, ‘명품 가방’을 직접 언급하며 윤 대통령에게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냉소적인 전망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완고함에 대한 비판과 함께 망가질 대로 망가진 KBS의 현재 모습을 반영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보수 진보를 떠나 정치권은 KBS를 이렇게 대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은 어떻게든 KBS를 장악해 정권 유지와 안정에 활용했고, 야당은 삿대질하며 비난했다. 진보건 보수건 똑같이, 권좌에 오르면 KBS를 순치시켰고, 권력을 놓치면 KBS를 공격했다. ‘1987년 체제’부터, 길게는 1973년 국영에서 공영으로 바뀌고, 정치권은 이런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지향해야 할 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불가능했고, 매번 피멍이 들었고 점차 심각한 장기손상을 입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많이 다르다. 더 나쁜 권력자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KBS 망가뜨리기에 정성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TV수신료 분리징수’다. 수신료가 공영방송의 존립에 얼마가 중요한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윤 대통령 이전, 어떤 대통령도 ‘수신료 현실화’에 나서진 않았지만, 수신료로 KBS를 위협하진 않았다. 보수언론은 물론 극우 유튜버들이 내 편이란 판단 속에, 내부 저항도 심하고 골치 아픈 KBS를 길들이기보다 ‘식물방송’으로 만들려는 것이란 분석이, 단순 음모론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폭탄주 친구. 내놓을만한 방송 경험도 없는 박민씨가 KBS 사장 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나온 비아냥이다. 현재 박 사장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백척간두의 KBS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박약해 보인다. 작년 6월 KBS는 헌법재판소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막을 사실상 유일한 법적 대응이지만, 박민 사장은 무관심한 듯하다. 반대로 ‘분리징수’를 실천하는 데 진심인 모습이다. 최근엔 ‘분리징수’의 ‘법적인 쟁점’을 KBS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 확인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또 박 사장은, 이달 안에 직원 수백 명의 명예퇴직을 밀어붙이려고 한다. 취임 직후부터 ‘성실하게’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편향성 시비를 마다하지 않는 건 기본이다. 올해 12월 사장 연임이 목적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고 사실 확인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시청자들께 약속하겠다.” 작년 11월14일 ‘뉴스9’ 박장범 앵커는, 문재인 정권 시절 KBS의 ‘불공정 보도 사례들’이라며 전하고 이렇게 밝혔지만, 잘 지키고 있다는 평가는 드물다. KBS가 이 약속을 지키려면 필수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공영방송을 지원하되 개입해선 안 된다. 정치권은 KBS의 독립성을 법적, 정치적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KBS 구성원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보수니 진보니 싸우기보다,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확립을 최우선해야 한다. KBS를 살려야 한다, 이번엔 제대로. 그런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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