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오른 ‘갤럭시 S24’ 공시지원금, 부쩍 커진 소비자 고민
‘선택약정 할인’이 여전히 유리…방통위, 애플에도 ‘협조’ 압박
앞으로 출고가 115만원짜리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4(기본형)를 반값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동통신 3사가 6일 사전예약 제품 개통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이례적으로 ‘공시지원금’을 올린 결과다.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추진하며 지원금 인상을 독려한 정부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시지원금을 최대한 받으려면 월 12만~13만원대의 고가 요금제를 써야 하는 데다, 대부분 ‘선택약정 할인’을 받는 게 사실 더 유리해 이용자들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S24·S24 플러스·S24 울트라 시리즈에 대한 이통 3사의 공시지원금은 요금제에 따라 5만5000∼50만원이다. 유통업체가 지원하는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까지 더하면 소비자가 받는 총 지원금은 6만3250∼57만5000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원금이 가장 많은 곳은 LG유플러스로, 요금제에 따라 15만5000∼50만원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지원금을 12만∼45만원으로 올렸으나, 경쟁사의 지원금 확대에 이날 더 인상했다.
SK텔레콤은 요금제에 따라 25만∼48만9000원으로 공지했다. 사전예약 개통이 시작된 지난달 26일과 비교하면 15만~28만9000원 인상됐다. KT도 공시지원금을 5만∼24만원에서 5만5000∼4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지원금 확대에도 여전히 ‘월 요금 25% 선택약정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 총지출 비용에 있어 유리하다. 예컨대 LG유플러스에서 월 13만원 요금제를 선택해 공시지원금으로 최대 50만원을 받고, 대리점 추가지원금까지 받으면 2년 동안 최대 57만5000원의 통신비를 할인받을 수 있다. 반면 선택약정을 쓰면 13만원의 25%인 3만2500원을 매달 할인받아, 2년간 총 78만원을 아껴 공시지원금보다 20만가량 더 싸게 쓸 수 있다.
제조사와 이통사 간 협의로 조정되는 공시지원금은 신제품 출시 후 시장 수요 등에 맞춰 최소 한 달은 지나서야 인상됐다. 너무 빨리 지원금을 올리면 사전예약 구매한 소비자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통신사들은 적은 지원금을 받고 갤럭시 S24 시리즈를 사전예약한 고객을 대상으로 차액에 대한 다양한 별도 보상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통사 약관에 따르면 소비자는 14일 내 개통 취소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획에 없던 지원금 인상이 최대 규모로 단행됐고 과거에도 공시지원금이 선택약정 할인을 넘었던 전례가 없어 향후 이번처럼 올리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시장 상황과 구형 모델 처리 등 각 사 사정에 따라 지원금 인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시행 10년 만에 단통법을 폐지하고,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4∼25일과 30∼31일 통신 3사와 삼성전자 임원 등을 불러 공시지원금 확대를 요구했다.
방통위는 이날도 애플코리아 측을 만나 지원금을 통한 단말기 구입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단통법 폐지가 법 개정 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달 중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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