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터전도 마음도, 모두 다시 세우지 못했다…튀르키예 대지진 1년

최서은 기자 2024. 2. 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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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1년째 컨테이너살이
시리아 난민, 이마저도 소외
난방 기구 없는 텐트서 생활
생존자 트라우마는 더 커져
1년 전 튀르키예 강진으로 가족을 잃은 한 생존자가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의 무너진 옛 집터 부근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지 1년이 흘렀다. 지난해 2월6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 약 5만3000명, 시리아에서 최소 6000명 등 6만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수십만 채의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수백만 명이 터전을 빼앗겼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피해가 가장 컸던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지역의 생존자들은 폐허로 변한 도시에서 1년째 컨테이너 및 텐트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진 당시 무너지고 파괴된 건물들은 아직도 철거되지 않은 채 잔해와 함께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시리아 텐트촌(위 사진)과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아에 세워진 컨테이너 정착촌. 로이터·AP연합뉴스

알리와 수자르 부부는 9세 딸 엘라와 함께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 엘라는 부부의 세 자녀 중 지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다. 지진의 충격으로 엘라는 아직도 건물 안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하고, 학교에도 가지 않는다. 알리는 “지진 때 입은 부상으로 세 번의 수술을 받은 후 더 이상 일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알리 가족은 튀르키예 적신월사의 피해지원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지진으로 친척들을 잃은 이재민 야나르도 아내·자식들과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두 아이와 함께 컨테이너에서 지내는 건 좀 힘들다”면서 “삶에 어떤 기대도 남아 있지 않다”며 절망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컨테이너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린 일부 생존자들은 밤 기온이 4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 속에 난방기구도 없이 방수포로 만든 텐트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튀르키예 정부의 각종 지원 대상에서 소외된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이후 이 지역 임대료는 4배가량 올랐다.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생존자들은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했다. 한 상점 주인은 “사람들은 더 이상 하타이를 방문하지 않고, 많은 현지인이 도시를 떠나거나 도시 외곽에 위치한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면서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년간 지속된 내전에다가 대지진까지 겹친 시리아 북서부 지역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시리아 북서부에는 오로지 국제단체의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주민이 410만여명에 달한다. 약 600만명의 아동과 여성들은 필수적인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식량 지원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의료시설 역시 폐쇄되거나 축소돼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생존자들이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 문제도 심각하다. 지진으로 인한 부상, 여진에 대한 두려움, 낯선 곳으로의 이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 상상할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발달 초기 단계에 있는 어린아이들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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