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잡월드 개관 2년 만에…직업 잃은 직업센터 노동자들
위탁사 과지급·노동자 미보호 등 감사원 위법 확인도
노동자들 “고용 승계 피하려는 의도”…시 “입장 없다”
“가끔 이렇게 찾아와서 문을 열어봅니다. 오늘도 역시 닫혀 있네요.”
신정화 공공연대노동조합 순천만잡월드지회 지회장(52)은 지난 5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잡월드 앞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잡월드가 개관했던 2021년 10월부터 ‘청소년관 체험 전문강사’로 일해왔지만 올해 일자리를 잃었다.
6일 순천시에 따르면 잡월드 운영권을 가진 시는 지난해 12월 민간운영사에 ‘위탁운영 종료’를 통보하고 올해 1월부터 문을 닫았다. 노동자 70여명도 한꺼번에 직장을 잃었다. 신 위원장은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입사해 열심히 일했다”면서 “시가 운영사를 새로 선정하지 않으면서 고용 승계가 안 돼 동료들 모두 실업급여를 받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순천시가 개관 2년여 만에 잡월드 운영을 중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순천만잡월드는 진로 직업체험 기관이 부족한 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 최대 시설이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 공모를 통해 ‘호남권 직업체험센터’ 설립지역으로 순천시를 선정하고 국비를 지원했다. 설립 비용 487억원 중 정부가 232억원, 전남도교육청 50억원, 전남도 44억원, 순천시는 161억원을 부담했다. 2022년 9만7700여명의 체험객이 찾아왔고 지난해 7만6000여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순천시는 개관 2년3개월 만에 새로운 위탁사를 선정하지 않고 장기 휴관을 결정했다. 시는 18억원을 들여 올해 12월까지 일부 시설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시의회 등에 보고했다고 한다.
시의회는 노후 시설이 아닌데도 장기 휴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 성남시의 한국잡월드는 2012년 개관 후 장기 휴관 없이 부분 시설 개선을 이어오며 운영하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달 31일 ‘순천만잡월드의 조속한 정상화 및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국민 세금이 들어간 잡월드를 조속히 개관해 학생들에게 개방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노동자들이 조속히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고용을 보장하라”고 시에 요구했다.
시의회와 노동자들은 시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장기 휴관을 결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노동자들은 2022년 10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는데 위탁사는 일부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가자 직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노조는 위탁사가 시와 체결한 협약 등을 위반하고 있는데도 순천시가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시가 위탁사에 1억1000만원을 과다 지급하고 ‘민간위탁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등을 반영하지 않는 등 4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해 지난해 5월 순천시에 통보했다.
신 위원장은 “새 위탁사를 선정하면 노동자들의 고용이 승계되는 만큼 시가 이를 막기 위해 휴관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의회도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회피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학종 순천시 신성장산업과장은 “할 말이 없으며 순천시는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국비를 지원했지만 순천시가 운영하고 있어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많은 정부 예산이 투입된 시설인 만큼 상황을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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