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얄짤없이 사형 사형 사형…‘부패와의 전쟁’ 나선 이 나라

송광섭 특파원(opess122@mk.co.kr) 2024. 2. 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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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인민법원 모습 [사진 = AP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최근 연이어 ‘사형 선고’를 내리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간첩행위를 단죄한다는 명목으로, 지위 고하는 물론 내·외국민을 가리지 않고 줄줄이 사형이 선고됐다.

외신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내부 ‘기강 잡기’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중국계 호주 작가에게 사형이 선고된 이후 중국과 호주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과도한 기강 잡기가 자칫 외교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후난성 창더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5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톈후이위 전 중국 자오상은행장에게 ‘사형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했다. 사형 집행유예란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한 뒤 수형 태도 등을 고려해 사형을 집행하거나 감형해주는 중국 특유의 제도다.

법원은 톈 전 은행장이 뇌물수수, 내부 정보 유출 등을 통해 약 5억위안(약 920억원)의 범죄수익을 챙겼다고 봤다. 과거 톈 전 은행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던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이 중국건설은행 총재로 일할 때 비서로 근무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쑨더순 전 중국 중신은행장이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출 승인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총 9억7950만위안(약 180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법원은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정치 권리 종신 박탈과 전 재상 몰수 처분을 내렸다. 같은 해 9월 왕빈 전 중국생명보험 회장도 같은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실제 사형이 집행된 사례도 있다. 라이샤오민 전 화룽자산관리 회장은 지난 2021년 1월 뇌물수수와 중혼 등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고, 같은 달 집행까지 진행됐다. 라이 전 회장의 뇌물수수 액수는 17억8800만위안(약 3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무게 3t에 달하는 2억7000만위안(약 500억원) 규모의 현금 다발이 발견되기도 했다.

간첩죄 처벌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외교관 출신의 중국계 호주 작가인 양헝쥔 박사는 간첩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양 박사는 중국 외교부와 국가안전부에서 일하다가 호주로 이주한 뒤 2002년 호주 시민이 됐다. 이후 호주와 미국에서 스파이 소설 작가와 중국 민주화를 지지하는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그러다 2019년 1월 중국 광저우 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양 박사의 사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호주는 즉각 반발했다. 호주 AAP 통신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호주 정부는 이번 판결에 실망과 절망, 좌절감을 느낀다”며 “간단히 말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이어 “건강이 좋지 않은 양 박사에게 매우 가혹한 판결”이라며 “계속해서 우리의 입장을 강력히 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러한 가혹한 조치에 동의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호주 정부는 주호주 중국대사도 초치해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호주가 중국의 사법 주권을 존중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영국인 사업가가 간첩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영국인 사업가 이안 스톤스는 해외에 불법으로 정보를 넘긴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스톤스 씨는 1987년 중국으로 건너가 제너럴모터스(GM)·화이자 등의 중국 법인에서 근무했다. 2000년대에는 유명 외국기업가의 활동 수기를 모은 에세이 서적 ‘중국에서의 30년’에 기고하기도 했다. 15년 전부터는 베이징에 ‘나비시노 파트너스’라는 컨설팅업체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WSJ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재계에 잘 알려진 외국인 사업가가 ‘조용한 구금’을 당한 현실은 공산당 통제 하의 중국에서 외국인이 사업할 때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외국 기업인들이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채 중국에 구금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50대인 일본 제약회사 직원 A씨가 간첩 혐의로 징역 12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A씨는 간병업 종사자로 2019년 7월 후난성 창사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됐다. 이후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7월 반간첩법이 강화된 뒤 이같은 사례가 더 늘었다고 지적한다. 2014년 시행된 반간첩법은 지난해 7월 국가 안보·이익에 관한 ‘기밀’뿐 아니라 ‘정보’까지 처벌 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반간첩법 시행 이후 중국통으로 불리는 외국인 학자나 기업 임원들이 다수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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