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현대제철서 폐기물 청소노동자 7명 ‘질식’…1명 숨져
폐기물 처리 탱크서 사고
의식 장애·호흡곤란 증세
현대제철 공장, 산재 다발
중대재해법 시행 후 4번째
6일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탱크를 청소하던 노동자 7명이 쓰러져 1명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과 청소업체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분쯤 동구 송현동 현대제철 인천공장 폐기물 처리 탱크에서 30대 A씨 등 노동자 7명이 갑자기 쓰러졌다.
이 사고로 청소업체 직원 A씨가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또 2명은 호흡곤란과 의식장애 등 중상, 4명은 호흡곤란 등의 경상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상자 중 1명은 현대제철 직원으로, 탱크에 들어갔다가 호흡곤란을 일으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는 스테인리스를 만들고 남은 폐기물을 모아 처리하는 탱크에서 발생했다. 조사 결과 현대제철과 연간 외주계약을 맺은 청소업체 소속인 A씨 등은 이날 방독면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폐기물 처리 탱크에 들어가 남은 불산과 질산 등 폐슬러지와 폐수를 이동시키다 질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등이 어떤 가스에 질식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A씨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부검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청소할 때 아무런 이상이 없어 이번에도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탱크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제철과 청소업체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하자 즉시 작업중지 조치를 내리고 현대제철과 청소업체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면서 해당 하청업체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현대제철에서 일어난 4번째 중대재해다. 2022년 3월 당진제철소에서 노동자가 도금용 대형용기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달 예산공장에서도 노동자가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졌다. 같은 해 12월 당진제철소에서는 원료처리시설 안전난간 보수공사 중 노동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특히 당진공장에서만 2017년부터 2021년까지 6명이 숨지는 등 산재가 다발해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2013년엔 아르곤 가스 누출 사고로 5명이 숨져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당시 감독 결과 1123건의 법 위반이 적발돼 6억7025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조선소, 제철소, 자동차 등 업종을 불문하고 대형 안전사고가 다발하고 있다”며 “여전히 중대재해법을 깎아내리고 공포 마케팅만 일삼는 정부는 이 죽음의 일터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숨진 고인과 유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드린다”며 “현대제철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고 수습 및 원인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철·조해람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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