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 이야기 계속 그려나갈 것”
일본, ‘모두가 같아야 한다’는 동조압력 심해
획일화된 사회 불편… 정해진 대로 아닌
항상 의문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 제작
한국 영화제작 환경 일본보다 잘 갖춰져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고 싶은 기획 많아
“연출의 방향성에 대해 가족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자면, ‘이런 형태를 가족이라고 부르면 안 되나,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형태는 그들보다 밀접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연출하곤 합니다. 우리가 항상 정해진 대로 가족이라고, 부모·자식이라고 생각하는 걸 흔들고 의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러한 선택지가 있지는 않을까, 제가 만들어서 제안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영화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일본은 특히나 심한 ‘동조 압력’이라는 게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슷해야 한다’, ‘보통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굉장히 강한 사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제하는 그런 구조가 굉장히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사회에서 ‘소수’는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제가 느끼기에 한국은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고, 일본은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영화로 꼭 돌파구를 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영화 속에서 그려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어찌 보면 괴물 속 ‘이지메’(집단 따돌림)나 소년들의 행동 역시 이런 감독의 시각을 반영하는 듯하다. 다만 이번 영화는 고레에다 감독의 기존 영화와 달리, 일본의 유명 각본가인 아닌 사카모토 유지가 쓴 작품이다.
그는 배우들도 영화 속 상대방의 입장을 모른다는 전제하에 연기하도록 연출했다고 한다. 많은 의문과 관객의 생각을 의도하는 영화는 독립영화 영역에서는 드물게 롱런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지난해 11월29일 개봉한 이래 지금까지 독립영화 순위 2위를 기록 중이다.
아역 배우의 귀여우면서도 빼어난 연기,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을 만큼 훌륭한 각본, 이제는 고인이 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그리고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진 결과다.
영화의 흐름은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을 떠올리게 한다. 1950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세 인물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르게 진술하며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고레에다 감독은 비슷하게 볼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두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만들 때 라쇼몽은 언급되지 않았어요. 라쇼몽은 각각 자신의 주관적 진실을 따로 얘기해 나간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괴물과 구조가 꽤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더 빨리 고령화됐기 때문인지 그는 한국에서 젊음을 느낀다고 했다. “우선 한국 관객이 젊다고 느껴지고, 여기 자리한 기자 여러분도 젊고, 스태프분들도 젊다고 느껴져요.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한국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브로커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영화 촬영 환경이 일본보다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하는 장소로서 매우 풍요롭고, 젊은이들이 씩씩하게 일하고, 노동시간을 포함해 (권력에 의한) 폭력에서도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일본이 뒤처져 있지 않은가 실감하기도 합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