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부터 챙겨봐요"…70대 노인도 푹 빠졌다는 이것
"하루에 3시간 넘게 봅니다."
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에서 만난 70대 백발의 노인은 "주로 정치권 소식이나 이슈가 나오는 영상을 시청한다"며 "보통 새벽 5시에 눈을 뜨는데, 그때부터 유튜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할때나 식사할때도 이어폰을 끼고 항상 유튜브를 본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여행지 영상 1~2개는 꼭 확인하고 간다"며 "최근에는 제 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관심이 많아 유튜브로 노후 설계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다"고 전했다.
"요물이야 요물"…60세 할머니도 푹 빠진 '유튜브'
유튜브(YouTube)의 국내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유튜브는 최근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노년층 사이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로 자리잡고 있다. 연령 별로 시청하는 주 콘텐츠는 다르지만, 사용 시간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60대 가정주부인 정모 씨도 최근 유튜브에 푹 빠졌다. 정 씨는 "요리를 정말 못 했는데 '50년 요리비결' 유튜브 레시피를 보고 만든 잔치국수를 먹고 온 가족이 맛있다며 난리가 났다"며 "장조림, 육개장, 동태찌개를 실패 없이 만들 수 있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보통 조회수가 높으면 괜찮은 음식이 나온다"고 했다. 주로 가정에서 머무르는 정 씨는 일상 속에서 틈틈이 영상을 본다고 했다. 대부분 5~10분 내외 짧은 영상을 본다. 그는 "요리 외에도 중장년 패션 영상도 눈여겨보는 편"이라며 "작년에 우연히 지하철에서 채널 주인을 만났는데 너무나 반가워 사진까지 찍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생활이 얼마나 단조로웠을지 상상이 안간다"고 했다.
유튜브는 정규 편성 시간이 정해져 있는 TV와 달리 필요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골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적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나 논객,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도 대거 유튜브 채널을 열면서 50대 이상 시청자들이 주 시청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은퇴 이후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서 중장년층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내놓은 ‘OTT 서비스 플랫폼별 이용행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률은 거의 전 세대에서 90% 이상으로 나타난 가운데, 50대(95.4%), 60대(99.3%), 70대(100%)에 이용률이 유독 높았다. 기존 전통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 나온다는 점도 유입 요인으로 보인다. 한 50대 유튜브 시청자는 "정제된 공중파 방송보다 B급 영상이 재미있다. 정치 성향이 맞는 유튜브 채널만 골라 구독해 시청한다. 이 외에도 건강관리, 질병 관련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이라며 "자기 전에도 틀어놓고 소리만 들으면서 수면을 취할 정도로 중독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3040대 직장인 역시 유튜브를 애청자로 꼽힌다. 출퇴근길, 자기전 등 자투리 시간 영상을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한 40대 남성 이용자는 "유튜브는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데 효율적"이라며 "출퇴근길, 화장실, 자기전 침대에서 축구 영상, 역사·과학 콘텐츠, 영화 요약본 등을 본다"고 했다. 30대 여성 직장인도 출근길 지하철에서 "여행, 먹방, 뷰티 영상을 본다"고 했다.
"유튜브 없으면 애 못 키워"…카톡보다 3배 더 쓴다
미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할 10대 청소년과 영유아들 역시 유튜브 소비 경험이 적지 않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스마트폰을 쓰고 있어 유튜브를 깔 수 있지만, 부모님이 앱을 다운로드하지 못하게 한다"며 "대신 집에 있는 태블릿으로 하루 30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좋아하는 장르는 게임 분야"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 어린 초등학교 2학년 한 학생 역시 "엄마가 키즈폰을 쓰게해 유튜브를 보지 못한다. 키즈폰엔 유튜브가 깔리지 않는다"며 "다만 주말에 숙제를 다 하면 한 번씩 TV로 원하는 영상을 보여준다"고 했다. 영유아의 경우 대부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비롯해 가정 내에서 TV와 태블릿 등을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미 식당 등에서 어린 자녀에게 유튜브를 보여주는 광경도 흔해진 지 오래다.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30대 학부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안전교육이나 영어 영상, 만화 등을 유튜브로 보고 있다"며 "노출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런저런 경로로 아이들이 유튜브를 알게된다. 한번 보게 되면 1시간은 기본이라 어떻게 컨트롤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앱 시장에서 사실상 전 연령층을 사로잡은 유튜브는 이미 지난해 사용자 수 기준으로 카카오톡을 추월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튜브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4564만5347명으로 카카오톡(4554만367명)을 제쳤다. 올해 1월 역시 유튜브 MAU는 4547만3733명으로 카카오톡(4524만9744명)을 2달 연속 따돌렸다. 두 앱의 MAU 격차는 10만4980명에서 지난달 22만3989명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유튜브가 카톡을 추월한 것은 2020년 5월 모바일인덱스 통계가 집계 이후 처음이다.
사용 시간으로 따져도 유튜브가 압도적이다. 지난 1월 국내에서 모바일로 유튜브를 본 총 시간은 19억5000만 시간이다. 2위 카톡은 5억5000만 시간, 3위 네이버는 3억7000만 시간이다. 유튜브를 카톡보다 3배 이상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유튜브 사용자와 사용 시간이 증가했는데, 이런 경향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짧은 숏폼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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