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토큰증권의 골든타임 버릴 것인가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지 꼭 1년이 됐다.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 시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업계·학계·법조계·정치권 등에서 수없이 많은 전문가들이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포럼과 세미나를 열고, 토큰증권 시장의 성공적 개막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토큰증권 시장의 진출을 선언하는 업체들이 쏟아졌고, 핵심 플레이어인 조각투자·증권사·블록체인업체들은 서로간에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새로운 금융투자시장의 출범을 준비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본 지금의 토큰증권 준비 상황은 답답함만 느껴진다. 현재 토큰증권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두 법안은 지난해 7월 개정안 발의 당시 '토큰증권법'이라고 부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나 정무위원회 소위로 넘어간 뒤부터는 사실상 소식불통인 상태다. 여기에 국회가 총선모드로 들어간 상황이어서 총선 전 논의가 이뤄질지부터가 불확실하다.
'21대 국회에서 토큰증권법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토큰증권 법안은 다음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 시작 전까지의 기간에 통과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실낱같은 기대도 나오곤 한다. 21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면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는 민생법안들은 이 기간에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바램이다.
물론 이런 기대감을 내비치는 이들도 선거가 끝난 마당에 국회가 그정도로 능동적으로 움직이겠느냐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렇게라도 토큰증권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인 것이다. 법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토큰증권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안이 늦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토큰증권 시장을 준비하던 사업자들이 입게 됐다. 사실 토큰증권 관련 정부 당국이 밝혔던 스케쥴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로 제시됐던 토큰증권법안은 7월 말에야 발의됐고, 2023년 안에 개장할 것이라던 토큰증권 장내거래소도 올해로 넘어왔다. 물론 토큰증권 시대의 시작점인 투자계약증권이 처음으로 승인되는 진척도 있긴 하다. 하지만 토큰증권법이 없는 상황에서 유통을 할 수 없었고, 조각투자업체들이 진행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공모에서는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토큰증권 제도화 속도가 늦어지다보니 플랫폼 업체들은 일단 해외에서라도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분위기다. 다수의 업체들이 북미, 동남아, 심지어 중동에서까지 사업기회를 찾으려는 한다.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가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간다는 후문이다. 이러다가 올해 사업을 접는 곳도 나올 것 같다는 한숨 소리도 들린다.
토큰증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은 전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이란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윤석열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성장 여건이 만들어진 때문이다. 연구기관에서는 2030년까지 국내 STO 시장이 367조원 규모로 커지고, 글로벌 시장은 최대 68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은 발표는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의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지금 토큰증권 시대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은 시장의 개척자들이다. 이들의 도전정신이 있기 때문에 토큰증권 시장이 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뜨거웠던 2023년과는 올해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이들의 열정이 식으면 토큰증권 시대의 성공적인 출발은 요원하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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