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 합류? 조국·송영길도?…‘야권 비례연합’ 현실화 변수는
4·10 총선을 앞두고 민주·개혁 진영의 여러 정치세력이 연합하는 방식의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한 더불어민주당이 6일 창당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창당과 공천까지 밭은 일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범야권의 ‘맏이’를 자처한 민주당이 창당의 주도권을 틀어쥐려 하면서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통합을 위한 협상의 틀부터 연합신당에 참여하는 세력의 범위, 그리고 가장 큰 쟁점이 될 지역구 단일화와 비례대표 지분 등 연합 방식까지, 첨예한 의제를 두고 야권 내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걸로 보인다.
협상 틀 어떻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의 일방적인 위성정당 창당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책을 강구하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취하고자 하는 목적과 취지를 최대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살리면서 야권의 대연합을 이뤄내야겠단 생각”이라며 야권 내 비례연합신당 창당 계획을 추인받았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의원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논쟁은 격렬하게 하되, 결정하면 당인으로서 흔쾌히 따라달라”고 말했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여러 세력과 지분 다툼, 지역구 조정에 나설 경우, 당의 결정에 따라달라는 취지다.
민주당은 이날 비례연합신당의 구체 방향을 놓고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빠르게 착수한 건 앞서 이 대표가 “맏형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강조한 만큼 민주당이 주축이 돼 창당 논의를 끌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와 가까운 당직자는 “이 대표의 말은 우리 당이 능동적으로 틀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미”라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민주연합) 협상을 이끌어갈 추진단장에 시민사회 출신인 박홍근 의원을 내정했다.
연합 범위는 어디까지?
민주당이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경우, 진보·개혁 성향의 원내 진보정당들로선 신당 참여의 실익을 두고 이제부터 주판알을 튕기지 않을 수 없다. ‘힘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의 일방적인 제안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까닭이다.
그동안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앞장서 주장해온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열린민주당의 새진보연합은 민주당의 1차 연합 대상으로 꼽힌다. 그러나 녹색정의당(녹색당과 정의당의 총선용 연합정당)과 진보당은 연합정치를 통해 생존할 것인가, 자력갱생을 택할 것인가를 두고 각각의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지도부가 손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처지다. 최악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정당득표율 3%를 넘기지 못할 경우 소수정당들은 비례대표 의석을 하나도 건지지 못하게 된다.
민주당 내에선 특히 녹색정의당의 참여를 비례연합신당 성패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총선 당시에도 연합정당에 불참한 정의당이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틈바구니에서 손해를 크게 보면서 민주당의 ‘꼼수 위성정당’을 향한 비판이 갑절로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연합신당 참여를 두고 녹색정의당은 큰 홍역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2중대 트라우마’로 인한 정의당 내 반발도 크지만 녹색당 역시 연합신당 참여에 완강한 반대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진보당은 공식적으론 윤석열 정권에 맞설 ‘최대연합’을 지향하지만, 친노동 성향이 강한 울산 등 지역구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내는 게 숙제다.
조국당·송영길당?
민주당에서도 ‘부담’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과도 함께할 것이냐도 야권으로선 곤혹스러운 문제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수감 중인 송영길 전 대표는 옥중에서 ‘정치검찰해체당’ 창당을 진행 중인데, 민주당의 비례연합신당 창당 소식에 입장문을 내어 “충실한 우당으로 ‘통합형 비례정당’의 취지에 적극 부응할 수 있도록 충심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리셋코리아행동’이라는 싱크탱크가 최근 출범했다. 다만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1심에서 이미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이 오는 8일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법정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들의 연합신당 합류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범야권의 진영을 만들어서 윤석열 정권의 심판을 해야 한다고 하면, 모든 세력을 포함한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들어갔을 때 그걸 어떻게 (구현)하겠느냐 하는 각론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설령 그쪽의 지지자들이 있더라도 연합정당의 구조에 편입시키긴 힘들 거다. 국민들이 납득해주겠나”라고 말했다.
갈등 불가피…‘결과만큼 과정 관리돼야’
이런 까닭에 야권과 시민사회에선 ‘연합신당의 결과만큼이나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논의를 주도하기보단, 각 정당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게 협상의 기준을 세워야 한단 것이다. 지난 5일 이 대표가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겠다’고 밝히자, 그간 야권 연합신당 창당을 촉구해온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연합정치 시민회의)는 논평을 내어 “특정 정당이 주도하거나 어느 정당이 비례후보를 과반 이상 추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큰 원칙들을 제시한 바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야권 연합신당의 구성 절차를 놓고 여러 제안이 오가고 있다. 각 정당에서 1명씩의 운영위원을 추천하고 시민사회에서 같은 수의 인원을 추천해 연합신당 추진체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 추천권을 갖더라도, 후보들의 순번은 국민참여배심원단 투표로 정해 “정당 간 지분 싸움”이라는 비판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제를 공언한 터라 소수정당들이 연합신당 참여를 거부하고 ‘배째라’고 나서면 민주당으로서도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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