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디어 동향] CNN·NYT 내부 "친이스라엘 보도로 저널리즘 잃어" 우려
"CNN 직원들 '팔레스타인인 관점 검열' 내부 반발"
NYT '하마스 강간' 주장 팟캐스트 "내부 기준 준수 안해" 비판 끝 삭제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살상이 넉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서구권 주요 언론이 이스라엘군의 전쟁범죄 은폐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언론사 내부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CNN 소속 언론인들은 타 언론사 인터뷰로 이스라엘 편향 지침을 내부 고발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에선 '저널리즘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 뒤 팟캐스트 보도가 철회됐다.
가디언은 지난 4일(현지시간) CNN 소속 언론인 등 직원 6명 인터뷰와 내부 공지, 편집 방침 등을 입수해 “CNN이 가자지구 전쟁 보도에서 이스라엘의 선전을 되풀이하고 팔레스타인의 입장은 검열하는 편집방침으로 직원들 반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CNN 보도는 미국 애틀란타의 CNN 본사에서 매일 내려보내는 엄격한 지침에 따라 이뤄진다. 이들 지침은 하마스 입장을 인용하거나 팔레스타인인 관점을 보도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반면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은 액면 그대로 보도하도록 했다.
일례로 CNN은 지난해 10월 말 팔레스타인 어린이 희생자가 2700명에 이르고 이스라엘 지상전이 임박할 무렵, 직원들에게 이메일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고 한다. CNN은 공지에서 “'이 갈등의 직접적 원인', 이른바 하마스의 공격과 대량 학살, 납치를 시청자에게 항상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 직원들은 이 공지에 따른 결과 보도가 이스라엘의 행동을 암묵적으로 정당화하고, 어떤 팔레스타인 피해를 보도하든 '하마스가 자초한 것'이라는 서사를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CNN 직원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가자 전쟁에 대한 CNN 보도는 저널리즘적 과실”이라고 했다.
가디언은 “CNN의 저널리스트들은 10월7일 하마스 공격 이틀 뒤 취임한 마크 톰슨 신임 편집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보도 기조를 정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이들이 “내부적으로 많은 갈등과 반대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가려고도 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CNN은 전쟁에 관한 모든 기사가 예루살렘지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하마스 성명은 '선동적 수사와 프로파간다'라고 규정하고 사실상 보도를 금지하는 한편, 이스라엘 당국자와 미국 지지자들의 선동적인 주장은 반복적으로 검증 없이 보도하도록 했다. CNN은 또 CNN은 이스라엘 인질이 지난해 10월23일 석방되면서 하마스 대원과 악수는 나는 장면을 담은 하마스 영상 보도를 금지했다고 한다.
CNN의 다른 직원은 가디언에 “보도가 예루살렘을 거쳐 TV나 홈페이지에 올라갈 때쯤이면, 거의 모든 보도에 부정확한 표현이 들어가거나 중요한 이야기를 누락하는 등 치명적인 변경이 가해지고,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잘못을 덜어주게 된다”고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하마스의 조직적 성폭력'을 기정사실화한 보도를 냈다가 이스라엘인 인터뷰이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 NYT는 1월9일에 공개됐던 대표 팟캐스트 '더 데일리'에서 해당 에피소드를 철회했다.
NYT는 지난해 12월28일 <말 없는 비명: 하마스가 10월7일 성폭력을 무기화한 방법> 제목의 기사를 내고 팔레스타인 저항군이 10월7일 이스라엘 민간인을 상대로 조직적인 '성폭력'을 무기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기사는 갈 압두쉬라는 이스라엘 여성에 대한 '강간' 사건에 중점을 뒀는데, 보도 직후 인터뷰에 임했던 가족들이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압두쉬의 남편과 여동생들은 보도 내용이 '발명'됐다며, 압두쉬가 강간당했다는 증거가 없고 취재진이 인터뷰 목적에 대해 이들을 속였다고 했다. NYT는 대표 팟캐스트인 '더 데일리'의 해당 에피소드를 28일 비공개 처리했다고 인터셉트가 보도했다.
인터셉트와 알자지라 등은 NYT 뉴스룸 내부에서 해당 보도를 놓고 'NYT가 모든 뉴스 취재에 적용한다고 주장하는 기본 잣대를 팔레스타인에도 적용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들 외신은 해당 보도를 주도한 제프리 게틀먼 기자가 최초 보도를 뒷받침한 추가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언론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살상 관련 보도에서 서구 주류 언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11월7일부터 올해 2월6일까지 세 달간 한국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일간지 등 16곳 언론사의 가자지구 관련 보도 가운데 NYT 보도를 출처로 밝힌 경우는 684건에 달해 하루 7.4건 꼴이었다. CNN을 인용 보도한 경우는 447건이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이은 언론사 대량 해고에 뉴욕타임스 “대학살…암울한 뉴스비즈니스” - 미디어오늘
- ‘친자본’ ‘노동외면’ ‘언론압박’ 드러낸 지상파 재허가 심사 - 미디어오늘
- 한동훈-MBC 국장 ‘86청산’ 설전 “새정치 막아” vs “국민에 어떤 이익?” - 미디어오늘
- YTN노조 “30년 공적 구조 보도채널, 민간 기업 넘어간 전례 없어” - 미디어오늘
- 진척 없는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조사…“권익위 노골적 시간끌기” - 미디어오늘
- [영상] 정청래 “한동훈 어느 별에서 왔길래 스타벅스로 서민 가슴 불 지르나?” - 미디어오늘
- “그 기자 퇴출시켜라” 연천군 공무원들이 화가 난 까닭 - 미디어오늘
- MBC “尹 장모 가석방 추진” 법무부 “악의적 허위 보도” 누구 말 맞나 - 미디어오늘
- 민주당, YTN 대주주 변경 승인에 “위법” 무효 주장 - 미디어오늘
- 민주당 “오늘 밤 10시 KBS 시청하는 국민께선 빡침 주의 바란다”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