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서부 덮친 상반된 극단 기후… 배경은 같았다

김효진 기자 2024. 2. 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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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에 폭우·칠레선 산불로 120명 넘게 숨져…엘니뇨에 온난화 겹치며 북미엔 폭우·남미엔 가뭄 및 화재

아메리카 대륙 서부인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와 칠레 중부를 각 폭우와 산불이 휩쓸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양상은 다르지만 두 지역 극단적 기후 배경엔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기온 상승)이 공통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말부터 캘리포니아 남부에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5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10시까지 3일간 로스앤젤레스(LA) 벨에어에 약 300mm. 비버리힐스에 205mm, 패서디나에 160mm 등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돌발 홍수를 동반한 폭우가 캘리포니아 남부에 화요일(6일)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지난 48시간 동안 5~10인치(127mm~254mm) 이상의 비가 이 지역에 내린 데 더 해 6일까지 1~3인치(25.4~76.2mm)가 추가로 쏟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캘리포니아 남부 거의 전 지역에 홍수 주의보 및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로스앤젤레스 연평균 강수량이 310mm 가량임을 감안하면 일부 지역에선 사흘 만에 거의 1년치 비가 내린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폭우로 인해 전날 85만 곳이 정전된 캘리포니아에선 5일 오후에도 30만 곳 가정과 기업에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였다. 로스앤젤레스 당국은 5일 오후까지 120곳 이상에서 산사태가 일어 잔해가 퍼졌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북부 새크라멘토, 산호세에선 강풍으로 나무가 쓰러지며 3명이 숨지기도 했다.

남미에선 지난 9일부터 칠레 중부 발파라이소주를 중심으로 타오른 산불 사망자가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로이터> 통신은 칠레 당국이 5일 저녁까지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를 123명으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전날까지 165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발파라이소 서부 해안 지역인 비냐델마르와 인근 킬푸에 지역에서만 1만4000채의 가옥이 파손됐다. 2010년 500명이 사망한 지진 뒤 최악의 재해에 직면한 칠레엔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됐다.

전문가들은 북미와 남미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폭우와 화재라는 두 극단 기후가 상반돼 보이지만 기후 변화와 엘니뇨의 결합이라는 공통 배경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상학자들이 태평양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캘리포니아 폭우를 유발한 대기천 현상이 강력해졌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온난화로 더 높아진 기온과 엘니뇨로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진 바다가 대기천에 더 많은 수분을 공급해 준다는 것이다. 엘니뇨 시기에 일반적으로 미국 남부 지역엔 더 많은 비가 내린다.

대기천은 대규모의 수증기가 가늘고 긴 띠 모양으로 흐르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너비는 수백 km, 길이는 수천 km에 이른다. 열대 지역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더 서늘한 곳으로 이동하며 형성되며 이번 캘리포니아 폭우를 불러 온 대기천은 하와이 인근에서 생성돼 미 서부로 올라오는 일명 '파인애플 특급'으로 통상 이 지역 강수량 30~50%를 공급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칠레 산불도 강한 엘니뇨와 기후 변화로 인한 장기적 육지 및 해수 온도 상승이 결합된 가운데 나타났다고 짚었다. 지난달 3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기온은 37.3도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112년 동안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이었다. 인근 아르헨티나와 남미 콜롬비아도 폭염과 씨름 중이다. 세계기상기구는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던 지난해보다 작년에 발생한 엘니뇨의 효과가 발현되는 2024년에 더위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칠레의 경우 최근 10년간 가뭄에 시달려 와 폭염과 건조한 기후가 결합돼 화재가 번지기 쉬운 조건에 있었다. 폭염은 건조한 초목을 더 건조하게 만들어 불이 더 잘 붙게 한다. 이에 더해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칠레 중부에 건조한 기후를 가져온다. 여기에 지난해 칠레에 내린 이례적 폭우가 초목 성장을 촉진해 더 많은 땔감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림 전문가인 에드워드 미차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교수는 <AP> 통신에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는 더 더워진다. 이는 식물이 더 많은 수분을 증발시키고 토양이 더 건조해짐을 의미한다"며 "토양이 건조하다는 것은 불이 더 뜨겁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이 더 심해졌고 특히 올해 남미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며 "아마존 유역에 역대 가장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고 아마존에 가뭄이 들면 남미 남부 강우량이 줄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에 정부 등이 미처 대비하지 못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이 또한 캘리포니아의 경우 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과 관심이 쏟아졌지만 온난화로 인해 연이은 큰 폭풍이 발생할 확률 또한 높아지고 있는데 관련 위험은 과소평가 돼 있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 캘리포니아대 로스엔젤레스 캠퍼스(UCLA) 기후과학자 대니얼 스웨인이 "우리는 온난화 기후에서 홍수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베버리 크레스트 지역에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자동차가 파묻혀 있다.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남미 칠레 중부 비냐델마르 지역에서 산불로 주택 여러 채가 불탄 채 남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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