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과반 의석 정당 없을 것…격전지선 제3정당 변수 클 듯”[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안홍욱 기자 2024. 2.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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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부문장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총괄본부 부문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한국리서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1999년 첫 직장인 한국리서치 입사 후 조사만 파고들었다. ‘숙의토의조사, 선거조사, 전화조사 방법론’이 전문 분야로 소개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조사(2017년),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공론화 조사(2023년) 등 시민참여형 공공여론조사를 주도했다. 지상파 방송3사의 선거 출구조사에 참여했고, 22대 총선 출구조사도 준비 중이다. 자동응답전화(ARS) 조사를 하지 않는 34개 업체로 구성된 한국조사협회 대변인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여론으로 보는 북한과 통일에 관해 쓴 <통일을 어떻게 생각하세요>(공저) 등이 있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중요하지만 정당 지도자들도 큰 영향
총선은 대선 비해 투표율 낮기 때문에 무당층 영향 적을 것
여론조사 통한 당의 후보 결정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일
샤이 진보·보수 없어…찍고 싶은 정당·후보 없어 판단 유보
가상번호 통한 전화면접이 가장 신뢰…ARS는 비과학적

22대 총선이 4월10일 치러진다. 그 한복판에 여론조사가 있다. 중앙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만 80개가 넘는다. 숫자가 제각각인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진다. 그런데 전화면접과 자동응답전화(ARS) 조사 결과는 왜 이렇게 다른가. 믿을 수 있나. 정당들은 여론조사로 현역 의원을 평가하고, 공천적합도를 알아본다. 정당의 공직후보 경선도 여론조사 몫이다. 그럼 묻게 된다. 여론조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공천하는 최선의 선택인가.

지난달 31일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총괄본부 부문장을 만났다. 김 부문장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조사를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생태계에 있는 정치, 언론, 전문가 그룹이 과학적 방법이 아닌 조사 결과는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통한 당 후보 결정에 대해선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책임정치 입장에서 맞지 않고, 여론조사가 민심을 온전히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부문장은 총선 전망을 묻자, “과반 의석을 얻는 정당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 가장 신뢰도 높은 여론조사 방식은 무엇인가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조사입니다. 통신사로부터 개인의 지역, 성별, 연령 정보를 확인한 상태에서 접촉하고 응답률을 높일 수 있어 통계적으로도 확률 추출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샘플링 방법입니다. 다른 나라는 이걸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가상번호로 바뀌었습니다.”

- 한국조사협회가 ‘정치 여론조사에서 ARS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화면접 조사만 하겠다는 건데요.

“그렇습니다. ARS는 사회과학방법론에 있는 조사 방법이 아닙니다. 그냥 기능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거죠. 2016년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단체가 제정한 선거 여론조사 보도준칙에도 ARS와 같은 비과학적 방법에 대해 기획도, 기사화도 하지 않겠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김 부문장을 인터뷰할 즈음 3개의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업체의 전국지표조사(지난달 25일), 한국갤럽(26일), 리얼미터(29일) 순으로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각각 31%·31%·36.2%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3%·36%·36.5%, 더불어민주당 30%·35%·44.9%였다. 전국지표조사와 한국갤럽은 가상번호를 통한 전화면접 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 리얼미터는 무·유선 ARS 조사(오차범위 ±2.0%포인트) 방식이었다.

- 사람들은 정치 여론조사 결과를 궁금해하면서도 ‘믿을 만한가’라는 의구심을 갖습니다.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조사 결과엔 큰 차이가 없어요. ARS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뢰 문제가 대두된다고 봅니다. 여론조사는 사회과학이니까 표본오차가 있다는 걸 항상 전제해야 합니다. 설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 안심번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개연성은 있습니다. 품질이 다른 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여론조사 생태계에 있는 정치, 언론, 전문가 학자 그룹도 과학적 방법이 아닌 조사 결과를 활용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전화면접과 ARS 조사에서 응답층에서도 차이가 있나요.

“실제 연구에서도 똑같은 문항으로 조사하는데 정치 고관여층에서 ARS 응답률이 높습니다. 일반 시민의 생각을 확인하는 게 여론조사라고 한다면, 정치 고관여층이 더 많이 참여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습니다. 정치 고관여자가 참여할 개연성은 전국 단위보다 지역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ARS가 되면 더 조직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정치 여론조사에서 샘플의 기준이 있습니까.

“여심위의 권고는 전국 단위 1000명, 광역 단위 800명, 총선 지역 선거구 단위 500명입니다.”

- 응답률의 최소 기준 규정은 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응답률과 조사의 신뢰성은 직접적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응답률이 낮아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조사협회에서는 전국 단위에서 안심번호는 최소 10% 이상, RDD(무작위 전화걸기)는 최소 7% 이상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런 정도의 응답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 거죠.”

- 요즘 여론조사에서 소수점을 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수점을 쓰면 조사 결과가 더 정확해 보일 것 같은데요.

“1000명을 조사하면 표본오차가 ±3.1%포인트인데, 대략 6%까지는 실제 차이가 아니라 샘플링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차이라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소수점까지 쓴다는 건 조사가 그만큼 정확하다는 걸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는데 오독하게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도 조사 결과를 정수로 발표합니다.”

- 요즘 정당은 후보 결정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많이 활용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아주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원론적으로 보자면, 정당의 후보는 책임정치 입장에서 정당에서 알아서 선정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여론조사 관점에서도 오차범위 내에 있으면 차이가 없고, 설령 오차범위 밖이라고 해도 조사만으로 후보의 경쟁력이나 정치력을 판단할 수 있느냐는 거죠. 또 전화조사는 후보의 정책이나 인물·경력 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인지도 중심의 결과가 나옵니다. 인지도가 높거나 기성 정치인이 유리한 조건인 거죠.”

- 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이라고 표현되는 데 동의하십니까.

“일단 동의합니다. 당선자 예측 관점에서 대선,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은 다 맞히지 못합니다. 21대 총선에선 출구조사에서 지역구 중 14개, 20대 총선에선 17개, 그전에는 30~40개 틀렸어요. 내용적으로는 오차범위 내에서 순위가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예전에는 1·2위 간 4%포인트 차가 났는데, 지난 총선은 1.2%포인트였습니다. 정확성 관점에서 보면 많이 향상됐어요.”

- 대통령 지지율이 30% 수준일 때 역대 총선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지금 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가 높다고 볼 수 없어요. 특히 ‘매우 잘한다’는 10% 미만으로 결집도는 강하지 않고, ‘매우 잘못하고 있다’ 응답은 많아 비호감도가 아주 높습니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표만 보면 총선 결과가 여당에 좋게 나올 거라고 볼 수 없죠. 하지만 2016년 총선 직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39%였습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어서 결코 낮지 않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새누리당 122석, 민주통합당 123석, 국민의당 38석이었습니다. 39%만 다 나와도 새누리당이 이긴다고 봤는데 공천 과정에서 친박 싸움으로 투표장에 다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2년 총선 직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평가 지지율은 24%인데, 새누리당 152석, 민주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이었죠. 이때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3%, 민주당 25%였습니다. 국정운영 평가보다 정당 지지도가 반영된 거죠.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가 중요한 지표이지만 상황적 요인들도 영향을 미칩니다. 정당 지도자가 누구인지,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되겠죠.”

- 현재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비슷합니다.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이 같이 있었습니다. 총선에서 미래권력인 박근혜를 보고 찍은 거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를 무시할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 무당층은 이전 총선과 비교하면 어떤 수준인가요.

“유사합니다. 양당 지지도는 각각 30%를 넘는데 합하면 지난 총선 투표율 66.2%에 근접합니다. 무당층 수치는 투표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어느 정당에 일방적으로 가는 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선은 대선보다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무당층의 영향이나 그 수치 의미는 적을 수 있죠.”

- 각종 여론조사를 보실 텐데, 총선 판세가 보이시나요.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만, 얼마 전에 여론조사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어느 당이 제1당이 될지 이야기를 나눠본 적 있습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것은 아니고 일종의 감일 텐데, 1당에 대한 예측은 갈렸지만 공통적으로 과반 의석을 얻는 정당은 없지 않겠냐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국정 지표가 여당 입장에서는 네거티브하지만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느낌이고 당대표의 리스크도 있는 상황입니다. 제3정당이나 또 다른 불가측한 변수도 있다고 봐야죠. 선거에서 경제·민생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지표인데 지금은 표면화돼 있지 않은 느낌입니다.”

- 이번 총선에서 제3정당의 파급력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금 전화면접 조사에서 제3정당 지지도는 합쳐도 10%가 안 됩니다. 지표로만 보면 제3정당이 독자적으로 판을 흔들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거대 양당의 지역구 격전지가 많은 상황에서 제3정당에 대한 관심이 순위를 바뀌게 할 수 있고, 비례대표도 양당에 반감이 있는 유권자들이 많아 제3정당에 대한 기대가 표현될 수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 얼마 전만 해도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하는 기류가 있었는데요. 총선 전망에 변화가 있었습니까.

“민주당이 여당인 2020년 코로나 상황에서 총선 결과가 180석 대 108석이었는데, 그건 최대치입니다. 지금은 국민의힘이 여당이고, 지역 의석수와 유권자 규모로 보면 국민의힘이 언제나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21대 총선에 비해 격차는 분명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200석’은 아무런 근거 없는 희망사항이거나 정치적 언어입니다.”

- 요즘도 ‘샤이 진보’ ‘샤이 보수’가 있습니까.

“애초부터 ‘샤이 진보·보수’는 없다고 봅니다. 민주당 지지자가 ‘무도한 윤석열 정권이 말도 제대로 못하게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당층으로 빠졌다, 그래서 ‘샤이 진보’가 있다는 이야기도 하던데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투표는 해야 되겠는데, 정말 찍고 싶은 정당이나 후보가 없어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지 샤이해서가 아닙니다. 표적집단면접(FGD)을 해보면 정말 할 말 다 합니다. 선거조사에서도 의사표현을 충분히 한다고 봅니다. 왜 무당층이 많냐고 하는데 좋은 정당, 좋은 후보, 좋은 정치인이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요. 우리 시민들이 표현을 다르게 하거나 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 공표 6일 금지기간 대폭 줄이거나 폐지해야”


김춘석 한국리서치 부문장이 제안한 개선 방안…휴대전화 가상번호 신청기간도 단축할 필요

여론조사의 공정성·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10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투표마감 시각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케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권자가 여론조사 결과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유로 6일간의 ‘깜깜이 기간’을 둔 것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총괄본부 부문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대폭 줄이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가 마지막으로 판단할 시점에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해외에선 공표 금지 기간을 두지 않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있더라도 1~2일이라는 것이다.

선거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이 허용돼 있다. 문제는 신청 기간이다. 조사 10일 전에 신청해야 하고, 설문지도 만들어놔야 한다. 표본 대상이 1000명일 경우, 통신사에 정해진 비용을 내고 20~30배수인 2만~3만명의 개인정보를 받는다. 문제는 그 열흘 동안 벌어지는 정치적 변동 상황을 실제 조사에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 부문장은 “처음 제도를 도입할 때 10일로 설정했지만 지금은 더 빠른 시간에 가상번호를 생성할 수 있다”며 “신청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 수립을 위해 가상번호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부문장은 정치권에서 여론조사를 정파적으로 기획하고 이용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특정 정당에 치우친 여론조사업체가 조사한 결과를 정당에서 공개적으로 활용하면, 여론조사 신뢰성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홍욱 논설위원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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