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선> '오송역→청주오송역'... 청주시민 10년 개명 갈증 풀리나
두 차례 주민설명회 의견 청취
찬성 단체 결성, 개명 탄력 기대
여전한 주민 반발·갈등 해소 관건
이범석 "소모적 논쟁 마무리해야"
상반기 중 역명심의위 결론 전망
“글쎄, 조치원 인근이니까 세종시에 속하나요?”
지난 3일 KTX오송역에서 만난 정모(51·서울 마포구)씨는 “오송역 행정구역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휴대폰으로 주소를 검색해 본 그는 “업무차 오송역을 가끔 이용하면서도 오송이 청주에 속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고속철도 분기역 오송은 청주에 있다"
충북 청주시가 KTX오송역을 ‘KTX청주오송역’으로 개명을 추진한다. 국내 유일의 KTX분기역이자 철도 교통의 중심인 오송역이 청주에 있는 역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달 27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흥덕구 오송읍복지회관에서 ‘오송역 명칭 변경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역 명칭 추진 과정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참가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청주시는 설명회에서 나온 주민 찬반 의견을 정리해 국가철도공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역명 변경은 국가철도공단을 거쳐 국토교통부 역명심의위원회에서 다룬다. 박찬규 시 교통정책과장은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주민 의견은 회의록 원본 그대로 제출한다”며 “올해 상반기 중 열리는 역명심의위원회에서 오송역 개명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주시는 무엇보다 오송역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작년 한 해오송역 이용객은 1,114만 명으로 역 개통(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연 이용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월 이용객도 최근 3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오송역은 고속철도 교통 중추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오송역이 청주에 위치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2018년 청주시가 대국민 설문 조사를 했더니, 68%가 오송역이 청주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는 역 명칭에 ‘청주’가 들어가지 않아 생긴 현상이라고 시는 분석했다.
'철도교통 중심 도시 청주' 브랜드 강화
청주시는 도시 브랜드 강화와 지역 홍보를 위해 개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박찬규 과장은 “역명은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가장 많이 알려진 지명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오송역이 ‘청주’라는 간판을 달 때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가 더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철도 산업 중심지로 부상 중인 청주의 위상을 알리는 데도 역명 변경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주시는 KTX오송역 인근에 철도부품 특화단지와 연구개발센터 등을 갖춘 국내 최초 철도클러스터(100만㎡)를 조성 중이다.
오송역 명칭을 ‘청주오송역’으로 하자는 의견은 역 개통 당시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오송역의 행정구역이 청원군에 속해 있어 ‘청주’ 명패를 달 수 없었다. 이후 2014년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한 뒤 역명을 청주오송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청주시가 오송역 개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통합 청주시 출범 직후인 2014년과 2018년 등 두 차례 역명 개정을 시도했으나 주민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시민 78%, 개명 압도적 찬성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지역 주민들이 단체를 만들어 오송읍 주민을 대상으로 개명 찬성 활동에 나선 것이다. 개명 찬성이 월등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청주시가 2022년 11월 만 18세 이상 시민 1,003명과 전국 철도 이용객 1,000명을 대상으로 역 명칭 변경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청주시민 78.1%가 ‘청주오송역’ 개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철도 이용객은 63.7%가 개명에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청주시민 15.4%, 철도 이용객 8.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개명 사례가 있는 것도 역명 변경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광주 송정역이 광주송정역(2009년)으로, 평택시 지제역은 평택지제역(2020년)으로 각각 변경된 바 있다.
반대 주민 설득 '넘어야 할 산'
그러나 실제 역 명칭 변경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주민 반대가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이들은 역 개명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고 비용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점, KTX세종역 추진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점 등을 반대 이유로 든다. 청주시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민신문고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오송역 개명 과정의 문제점과 개명이 불필요한 이유 등을 소상히 담은 백서까지 만들었다.
역 개명을 공약한 이범석 청주시장은 “명칭 변경을 놓고 주민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있는 것을 잘 안다”며 “소모적 논쟁을 줄이고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일을 마무리지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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