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도파민 중독이라니요

기자 2024. 2. 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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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분야에서 2023년도의 단어는 도파민이 아닐까요? 올해에도 도파민의 지명도는 여전해서, 여기저기 생각지도 못한 대목에서 도파민이란 말을 마주치게 됩니다. 드라마의 자극적인 복수 장면에 “도파민 터진다”라고 감탄하는 댓글이 달리고, 매운맛 마라탕과 달콤한 탕후루를 ‘도파민 맛’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요즈음에는 SNS에 심하게 집착하거나 쇼츠와 같은 짧은 영상을 과하게 오래 보는 것을 “도파민 중독”이라 부르며 걱정하는 추세도 보입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개인의 성취가 중요해진 만큼 스트레스와 긴장감도 높아지고, 또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거치면서 계속해서 무언가 쾌락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욕구와 경향성이 극대화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파민은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인데요, 자극적인 것들에 대한 탐닉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뇌에 쾌감, 즐거움과 관련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인데, 이는 우리 뇌의 보상체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상체계는 동물에게서부터 발견되는데요, 자신과 종의 생존기회를 높이는 행동을 유도하며, 그 결정을 즉각적으로 내리도록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매력적인 데이트 상대를 보는 등의 행동을 하면 생존과 번성을 기대하면서 도파민이 관련된 ‘욕망회로’가 강하게 반응하여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현대와 같이 자원이 넘치고 쾌감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많은 상황에서 쾌락에만 집중하다보면 생존이나 번영이 아니라 쾌감을 위한 활동만을 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체감한 분들이 이런 행위중독들을 축약해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르며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각적이고 말초적인 자극을 조절하는 것은 우리의 전반적인 건강과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탐닉적 식사나 인터넷 자극 등을 제한하는 ‘도파민 단식’이 정말 도파민의 농도를 낮추는 것도 아니고, 또 도파민이 무조건 낮추어야 할 대상도 아니지만,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행동치료적인 측면에서 한 번쯤은 시도해볼 가치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요, 우리가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훈련하고 만들어가는 전전두엽을 중심으로 한 고등실행기능에도 도파민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편의를 위해 이를 ‘도파민 통제회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회로는 건강, 성공, 학습 등과 같은 길고 큰 목표들을 위해 뇌의 오래된 영역에서 시작된 충동과 본능적 행동의 속도를 늦추고 조절하고 조율합니다. 또 다양한 상충하는 욕망과 상황, 이전 경험과 새로운 정보를 조율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ADHD와 같이 도파민 시스템 조절이 어려운 질환에서는 적절한 자극을 선택, 통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더 중독에 취약해지기도 합니다. 즉, 도파민을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것의 대명사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지요. 오히려 짧게든 길게든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우리를 욕망하고 움직이게 하는 물질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 방향과 속도가 다를 뿐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러한 도파민 조절의 중요한 방법으로 ‘현재’를 제안하고 싶어요. 미래를 계획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현재에 다른 이들과 함께 머물며 지금의 느낌을 즐기는 것 또한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며 실체라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이 자극적 탐닉을 막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생명체와 직접 만나고, 접촉하고, 느끼는 것. 그리고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가 현재가 아닌 미래와 가능성과 기대를 그리며 무리하는 것에 대한 해독제이자 균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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