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사업목적 1%만 있어도 승계목적 무죄라는 논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5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자, 법조계와 경제계 안팎에서 "앞선 대법원 판결 등과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는 이 회장이 승계 작업을 위해 뇌물을 건넨 사실이 앞선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뇌물 청탁의 대가였던 '승계'의 핵심인 '합병'에는 위법이 없었다는 논리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자, 법조계와 경제계 안팎에서 “앞선 대법원 판결 등과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에서 인정한 회계분식 관련 혐의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는 이 회장이 승계 작업을 위해 뇌물을 건넨 사실이 앞선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뇌물 청탁의 대가였던 ‘승계’의 핵심인 ‘합병’에는 위법이 없었다는 논리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합병에는 승계 외에 다른 경영상의 이유도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승계를 위해 불법적인 합병을 밀어붙였다’는 검찰 기소의 전제 자체를 부인했다.
당시 삼성바이오 회계분식사건 심의에 참여한 한 인사는 6일 한겨레에 “합병에 승계 목적이 99%라도 1%의 사업상 목적은 있을 수 있다”며 “1% 사업상 목적이 있다고 해서 ‘합병이 승계만을 위한 건 아니다’라고 보는 건 억지 논리”라고 비판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도 “국정농단 뇌물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과 엘리엇 국제분쟁 재판에서 인정된 주주 손해 사실 등을 모두 부정한 판결이다. 결론을 정하고 논리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시 합병에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이 일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일이라는 점을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더니, 우연히 경영권 승계를 강화하는 결과가 도출됐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1:0.35로 정한 것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 1심 재판부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022년 4월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일성신약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삼성물산은 주요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약 724억원을 비밀리에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법원에 제기한 주식매수청구가격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였다. 삼성도 대법원 결정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종보 변호사는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이 회장의 승계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으로 합병으로 손해를 본 소액 주주들은 앞으로 보상받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계 부정 혐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은 것도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 전 고위 인사는 “회계 부정은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었는데, 검찰이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서 기소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재판부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에서 압수한 자료가 아니라 해도, 감리위원회 등에서 받아둔 관련자들 진술만으로도 충분히 유죄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경영상의 이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회계 공시 의무 등을 지나치게 좁게 봤다는 분석도 있다. 이동구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대기업이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자회사를 분할하고, 합병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호 옥기원 기자 p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클린스만호, 요르단에 속수무책…꿈에 그친 64년 만의 우승
- 4·3 이후 ‘제주’ 지우려 애쓴 75년…97살 돼서야 비로소
- 19년 만에 늘어나는 의대 정원, 배분은 어떻게 할까
- 한국의 아시안컵 3위 결정전은 없다…왜?
- 수감 0일…김관진·김기춘, 사면 닷새 전 수상한 ‘상고 포기’
- 법원, 가습기살균제 피해 ‘국가도 범인’ 응답했지만…
- 국힘, 서병수·김태호에 ‘험지’ 출마 요구…‘낙동강 벨트 탈환’ 전략
- ‘월 50만원 5% 적금’이랬는데, 5% 이자가 아니라고요?
- “삼성 합병, 사업목적 1%만 있어도 승계목적 무죄라는 논리”
- 꽃 대신 ‘채소쌈 부케’…쓰레기장 웨딩촬영 커플의 친환경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