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니, 삼성, 그리고 샤오미

기자 2024. 2. 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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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발간된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명저 <트러스트>(Trust·신뢰)를 최근 다시 읽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삼성에 관한 통계였다. 1980년대 중반 삼성의 기업 규모는 일본 히타치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은 삼성이 저런 시절이 있었는가 싶겠지만 1990년대까지도 소니는 삼성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과도 같았다. 그 소니의 위상을 현재는 삼성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왜 예전 같지 않고, 거대한 내수시장을 배경으로 중국 기업들은 어떻게 약진하고 있을까?

1946년 도쿄통신공업주식회사라는 전자기계 수선회사로 시작한 소니는 각종 가전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공전의 히트작인 워크맨으로 세계적인 전자기업이 되었다. 소니뿐만 아니라 산요, 파나소닉, JVC, 히타치, NEC, 도시바, 미쓰비시 등의 기업이 산업군을 이루며 일본은 전 세계 시장을 제패했다. 그들은 기술 원천을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기술을 잘 소화하며 고품질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일본의 기업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자리를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에 내주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은 소니의 하위호환 같은 제품을 양산했다. 하지만 1993년 고 이건희 회장은 독일에서 신경영을 제창했고 품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품질 제일주의는 결실을 얻었고 삼성은 소니를 넘어설 수 있었다. 삼성은 기존 기술을 발전시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다른 기업과의 초격차를 이루어냈다. 다만 맹추격하는 중국 기업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샤오미는 좁쌀(小米)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 창업되었다. 애플과 다이슨을 합친 느낌이 나는 기업으로 통신제품부터 생활제품을 망라하여 생산한다. 샤오미는 후발주자의 이점을 최대화하면서 가성비를 무기로 사세를 확장하였다. 사물인터넷(IoT) 외에는 크게 앞서가는 기술이 없지만 거대해지는 중국 산업 생태계에서 다른 기업들과 경쟁, 협력하면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예를 들어 중싱, 하이신, 하이얼과 경쟁하며 기술을 발전시키고, 소위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협력하면서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1980년대에 삼성이 소니를 넘는 거대 기업이 된다고 이야기했다면 일본인들은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지금 누군가 샤오미가 삼성을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 아닐지는 삼성과 우리나라 산업계에 달려 있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비상한 각오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2022년 기준, ‘포천 500대 기업’에 등재된 중국 기업이 145개다. 미국의 124개보다 많다. 중국과 인구가 비슷한 인도가 9개 기업만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놀라운 성적이다. 게다가 중국 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강해졌다.

일본 기업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벌써 20년 넘게 듣고 있다. 그러나 로봇을 개발하는 야스카와전기나 화낙 같은 기업은 창립 50년이 넘었지만 품질과 혁신으로 지금도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찬가지로 캐논이나 니콘도 절차탁마하며 카메라 업계에서 여전히 절대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여러 방면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정상 자리를 지키기 위한 첩경은 역시 품질이다.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품질 개선을 소홀히 한다면 소니가 삼성에 자리를 내어준 것처럼 삼성도 최고의 자리를 다른 기업에 내어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윤수 중국 산동대학 정치행정학부 조교수

이윤수 중국 산동대학 정치행정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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