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지역·필수의료 강화 신호탄
정부 "대학수요 등 고려"… 의사협회는 반발
2006학년도 이후 19년간 3058명으로 동결된 의과대학 정원이 '지방 국립대 의대' 위주로 2000명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전국 40개 의대가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총 5058명을 모집하게 되며,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 국립대의 경우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을 충원해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보건복지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인 의대 정원을 2000명 늘어난 5058명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2035년까지 1만 5000명의 의사 인력 수요 가운데 1만 명을 확충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날 발표된 증원 규모는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대학들을 상대로 진행한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2151-2847명)보다는 적지만, 당초 증원 폭이 1000명대 초반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지방 국립대 거점 필수의료 강화 복안=지역별·대학별 증원 규모는 별도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지방 국립대를 거점으로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한다는 원칙을 세운 만큼, 비수도권 의대 증원 규모가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국 의대 입학정원은 3058명, 지역별로는 서울이 826명으로 가장 많다. 충청권은 대전 199명, 충남·세종 133명, 충북 89명에 불과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 하에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특히 각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 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351명 감축됐고, 2006년 이후 3058명에 묶여 있었다.
복지부는 2022년 하반기 의대 증원 추진 방침을 밝힌 뒤 1년 반에 걸쳐 꾸준히 의대 증원을 추진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사 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의료개혁 추진에 힘을 실었다.
지역별·대학별 증원 규모는 지역의 인프라 현황과 의료격차를 고려해 추후 정부 내 논의를 거쳐 별도로 발표된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각 대학은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한 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승인을 거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국립의대 신설 가능성 낮아져=다만 지역 의대 신설 추진 동력이 한풀 꺾임에 따라 충남 국립의대 설립 가능성도 낮아졌다. 충남도는 지난해 12월 '충남 지역 의대정원 확대 및 국립의대 설립 범도민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립의대 설립을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 의대 신설 계획을 묻는 질문에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반영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국내 의대 수는 다른 나라의 의대 수에 비해서 많기 때문에 의대 신설보다는 지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시는 분들이 지역에 거주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실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답했다.
△의사협회 총파업 경고 등 강력 반발=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충청지역 의사회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일방적인 증원 강행 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한 대한의사협회와 뜻을 함께 한 것.
발표 직전 복지부와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마지막 협상을 시도했지만, 파행을 겪었다.
의사단체들은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지난해 12월 실시한 파업 찬반 전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이달 15일 저녁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와 협의 없는 정부의 정책을 강력하게 거부하며 '의대증원 필수의료패키지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 출범과 함께 정책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투쟁 의지를 내비쳤다.
충청권 의사회도 의견을 같이 했다.
대전시의사회는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지역 의료가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수차례 언급했다. 한번 늘어난 의대 정원은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실한 의학교육은 물론이고 의료시장 왜곡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를 통한 투쟁은 언제든지 준비돼 있다. 의료계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 결정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집단행동에 동참할 것이란 의견을 내비쳤다.
충북의사회도 "정부는 그간 의료계와 꾸준히 소통했음에도, 일방적인 증원을 강행했다"며 " 의협과 뜻을 모아 집단행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파업할 경우 의료 현장에 미치는 혼란이 클 것으로 보고, 파업 돌입 시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때는 징계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정했다
조 장관은 이날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이 있다면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의과대학 조심스런 기대감=대전지역 의과대학들은 구체적 정원 분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역인재 양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건양대 의대 관계자는 "증원 수만 발표하고, 분배 이전이라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충남대 의대 관계자 역시 "구체화된 게 없어서 몇 명이 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명확하게 말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지역의 의료인재 양성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기대했다.
을지대 의대 측은 "학교 측도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도 지자체와 협력하면서 증원이 지역인재 유치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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