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심 무죄, 檢 주장 왜 뒤집혔나 [질문+]
3년 넘게 끈 1심 판결 ‘무죄’
檢 공소사실 모두 채택 안 해
“합병이 승계만의 목적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 건으로 기소된 재판(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함께 기소돼 수년간 재판을 받아온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3명의 피고인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주장은 왜 뒤집힌 걸까. 하나씩 살펴보자.
■ 검찰의 판단 = 이 회장 등은 2020년 9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 내용의 핵심은 2015년에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위법하게 관여했다는 거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던 2012년 12월에 완성된 '프로젝트-G'란 문건을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이 문건에는 최소 비용으로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따라서 승계 계획을 사전에 완성한 후 이 회장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 작업을 실행한 것 아니냐는 거다.
여기서 '유리한 방식'이란 미전실이 추진한 시세 조종이나 회계 부정 등을 의미한다. 검찰의 공소사실들을 구체적으로 보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용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 매입과 시세 조종 등이다.
■ 뒤집힌 판단 =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모든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프로젝트-G 문건을 두고 재판부는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한 종합보고서일 뿐"이라면서 "대주주 이익을 위해 주주들을 희생시키는 승계 문건이라 보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재용 피고인과 미전실이 합병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고 볼 수 없으며, 합병은 양사의 필요성 검토와 의결을 통해 추진됐다"면서 "이재용 피고인의 경영권 강화와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합병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고, 경영 안정화 등을 꾀했기 때문에 주주에게도 이익을 줬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지배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 수반됐다 하더라도 합병 목적을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과 미전실이 공모해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를 높였다는 혐의, 양사 합병 비율에 따라 4조원의 차액이 발생해 이 회장이 업무상 배임을 했다는 혐의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며 신의성실 위반을 주장하지만, 추상적 주장에 불과해 그 자체로 업무상 배임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짓공시·분식회계 공소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이며, 분식회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번 1심 판결이 삼성의 승계작업 실체를 인정한 2019년 8월 있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은 삼성 미전실이 삼성물산 이사회를 배제하거나 이사회에 반해서 승계작업을 추진했다는 건 아니었다"면서 "이재용과 미전실이 전단專斷(혼자 마음대로 결정하고 단행)적 결정으로 합병을 했다는 판단도 아니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승계작업이 있었던 건 맞지만 합병 과정이 불법이란 건 아니었다는 예기다.
이 회장 변호인 측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일부에선 삼성그룹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물론 검찰의 항소 여부가 남아 있다. 검찰은 이날 무죄 선고 이후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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