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 “가정 파탄내는 악성사기… 대응시스템 구축할 입법 시급” [세계초대석]
피싱·주식 리딩방 등 진화… 처벌 가벼워
‘사기방지법’ 역점 추진… 선제 대응 나서야
정치인 피습 부른 온라인혐오 범죄 확산
최신 사이버 수사기법 동원… 예방 총력
총선 대비 36개 기동부대 치안 투입도
이태원 참사 계기 경찰 사명 다시 새겨
치안 강화·범죄예방 중심 조직개편 단행
현장 경찰들 자긍심 고취 환경 힘쓸 것
윤희근 경찰청장은 올해 경찰청 역점 정책으로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을 꼽았다. 바이러스처럼 변이되는 조직적 신종 사기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피해 발생 이전의 방지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윤 청장을 만나 남은 6개월 임기 동안의 구상을 들어봤다. 다음은 윤 청장과 일문일답.
―새해 벽두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이 이어져 충격을 줬다.
“전국 공통으로 36개 기동대 부대를 선거 관련 치안·경비, 신변보호 전담부대로 지정했고 선거가 가까워지면 규모를 최대 2배까지도 늘릴 생각이다. 전국 259개 경찰서별로 치안수요에 따라 2∼3개의 서 자체 신변보호팀을 운영한다. 양당 대표에는 전담팀이 붙는데 예년보다 두 달 이상 빨리 가동을 시작했다. 각 정당에도 유세장에서 돌발 행동을 할 만한 사람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주요 인사 신변보호 TF’를 공동 운영하는 안을 제안해 답을 기다리고 있다.<관련기사 11면> 올해 각 시도청에 신설되는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역시 탄력적으로 활용해 가시적인 순찰 및 유세 현장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
―2024년 첫 민생 법안으로 경찰에서 추진 중인 ‘사기방지기본법’은 어떤 것인가.
“상담 전화가 오면 신속하게 전화번호 차단 등을 통해 피해를 막으며 효과가 컸다. 정식 운영을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12월 말까지 6만8346건의 신고·제보를 받았고, 피해 국민에게 담당 경찰관이 일 평균 42건 수준으로 상담 및 지원을 하고 있다. 비슷한 역할을 투자리딩방 등 새로운 사기 범죄에까지 적용하는 ‘통합신고대응원’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기구를 만들어서 어느 부처에서 관리할 것인지 등을 담은 게 사기방지기본법이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 멈춰 있는데 이번 21대 국회 안에 마지막 민생 법안으로 통과됐으면 한다.”
―주취자 문제에 경찰이 얼마나 관여할지도 계속된 관심사다.
“해외 출장을 다녀보면 마약 문제는 현재 세계 공통의 고민이다. 단속과 수사를 아무리 해도 재범률 50%가 넘는 대표적인 범죄가 마약이다. 근본적 예방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마약 95%는 해외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밀반입 차단을 위한 관세청 등 기관 역할과 해외 공조도 중요하다. 마약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주요 국가인 동남아권, 중국, 미국 이런 곳과 기존에 공조하는 것이 검찰이나 관세청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경찰이 상당 부분 수사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강남 마약음료 사건’ 때 그런 식으로 중국에서 빠르게 범인 송환을 할 수 있었다. 해외 총수들과 회담할 때도 마약이 주요 테마가 된 이유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경찰청 차원의 출산장려 대책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역대 어느 청장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 출범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물론 이태원 참사다. 지난해 이상동기 범죄 사태도 크게 와닿았다. 경찰의 책임과 사명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 와중에도 취임과 함께 계획했던 치안 운영 방안, 구성원들에게 약속한 것 90%는 실현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악성 사기를 포함한 마약, 건설현장 불법행위 등에서 성과로 보여드린 것이 있다. 집회 시위 현장을 포함해 법질서가 필요한 곳에서 확립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찰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복수직급제를 통해 처우를 끌어올리자는 20여년의 숙원사업도 이뤘다. 올해에는 ‘현장이 살아야 경찰이 살고, 그 경찰이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줄 것’이라는 마음으로 지구대·파출소를 포함한 교통·여성청소년 등 현장 경찰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다. 본인들의 일에 자긍심을 느끼도록 상응하는 인센티브와 승진, 수당을 다양한 방법으로 부여할 생각이다.”
●1968년 충북 청주 출생 ●경찰대 7기 학사(1991)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석사(2007) ●충북 제천경찰서장(2012) ●서울 수서경찰서장(2015)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과장·정보2과장(2016) ●충북지방경찰청 제1부장(2020)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장(2020)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2021) ●경찰청 경비국장(2021) ●경찰청 차장(2022) ●경찰청장(2022년 8월~)
대담=이우승 사회부장, 정리=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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