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윗사람들이 할일이다” 단장의 사과…활기 넘친 KIA 캠프, 수장 없다고 동요 없었다 [오!쎈 캔버라]
[OSEN=캔버라(호주), 이후광 기자] 수장이 없는 현실이 KIA 선수들의 V12를 향한 염원을 가로막진 못했다. 호주 캔버라의 뜨거운 태양 아래 모인 호랑이들은 우승 후보라는 평가에 부응하기 위해 밝은 분위기 속 구슬땀을 흘렸다. 감독이 공석인 팀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훈련은 평소처럼 밝고 활기찼다.
6일 호주 캔버라의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의 2024 1차 스프링캠프 5일차 훈련.
전날까지 ‘오전 야외 훈련-오후 실내 훈련’ 루틴을 진행한 KIA는 이날 오전 비 예보에 따라 훈련 스케줄을 변경했다. 실제로 오전 내내 비가 내렸고, 조식 이후 2개 조로 나눠 실내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한 뒤 오후 1시 30분 경 나라분다 볼파크에 도착, 야수조는 메인구장, 투수조는 보조구장에서 각각 훈련을 실시했다.
선수단 분위기는 유쾌함과 진지함이 공존했다. 야수조는 이범호 코치의 “3시부터 배트 스타트! 3시다”라는 힘찬 기합과 함께 각자의 위치에서 나라분다 볼파크의 담장을 향해 힘껏 공을 날렸다. 주전 포수 김태군은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나 “캠프 분위기는 좋다. 사실 주어진 상황과 관계없이 선수들 모두 1군 캠프에서 훈련하는 걸 감사히 여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투수조는 보조구장 워밍업에 이어 불펜장으로 이동해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가 보는 앞에서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진갑용 수석코치 또한 불펜장 한편에 자리를 잡고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 임기영, 최지민, 이형범, 조대현의 1조를 시작으로 장민기, 장현식, 윤영철, 윤중현의 2조, 유승철 한 명으로 편성된 3조가 차례로 피칭을 진행했다.
두산에서 KIA로 이적한 정재훈 투수코치는 매의 눈으로 피칭을 살펴본 뒤 “투구수가 같더라도 지난번보다 강도를 높여야 한다. 지금은 공의 궤적을 신경 쓰지 말고 확실하게 자기 구종을 던져야 한다”라며 조언했다. 김태군은 불펜장에서도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어린 투수들의 실력 극대화에 힘을 보탰다. 윤영철의 공을 받은 뒤 “와 돈값을 하네”라며 윤영철의 오프시즌 미국 드라이브라인 훈련의 성과를 높이 사기도 했다.
메인구장에서는 베테랑 최형우가 분위기 메이커로 나섰다.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경기장에 출근해 태닝을 즐긴 그는 타격훈련이 시작되자 배팅볼 투수로 나서 타격 케이지를 향해 공을 직접 던졌다. KIA 타자들은 베테랑이 던진 공에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KIA 관계자는 “최형우는 시즌 때도 한 번씩 배팅볼 투수로 나선다”라고 설명했다.
감독 없이 스프링캠프를 치른 지도 어느덧 6일. 훈련 후 만난 양현종은 “보시는 대로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시즌 맞춰서 잘 준비하고 있다”라며 “감독님 눈치 보면서 야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게 바뀌고 있다. 캠프 초반에는 감독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다. 크게 걱정할 건 아니다. 지금은 선수 개개인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외부 요인을 신경 쓸 시기는 아니다”라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베테랑으로서 선수단에게 특별히 전달한 메시지도 있었을까. 양현종은 “내가 특별히 말한 건 없고, 주장 (나)성범이가 캠프 출발 때부터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목표로 한 걸 한 번 더 생각하면서 시즌을 준비하자고 했다”라며 “단장님께서도 선수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시면서 윗사람들이 생각하고 할 일이니 크게 동요하지 말고 캠프 잘 준비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마 이를 들은 선수들이 느낀 부분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영, 윤영철, 신인 조대현 등 어린 선수들도 수장이 없는 상황에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양현종은 “어린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또 퓨처스리그에서 작년에 열심히 했던 선수들, 1군에서 좋은 모습 보였던 선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경쟁하는 건 팀이 플러스되는 요인이다. 긍정적이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이들이 정말 잘해야 앞으로 10년, 20년이 좋아진다. 어린 선수들끼리 대화를 많이 하고, 겨울에 진행한 훈련 스케줄에 대해 공유도 많이 하는 걸 보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대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KIA는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종국 감독과 지난달 29일 전격 계약을 해지하며 수장 없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KIA 심재학 단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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