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경사노위 첫발…‘연장근로 유연화’ 등 갈등 불씨도
추상적 의제 구체화 방안 과제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 정부가 모여 경제·사회 개혁 방향을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본격적인 노사정 대화의 첫걸음을 뗐다. 산업 전환, 인구 변화,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등 의제를 선정했는데, 이들 의제가 추상적인데다 세부 논의가 시작되면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적잖다. 합의 가능한 논의 주제 선정과 노동계와 정부의 신뢰 회복이 사회적 대화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사노위는 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회의실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본위원회를 열어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특별위) △일·생활 균형위원회(균형위)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계속고용위) 등 3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경사노위는 본위원회에서 설치하기로 한 의제별 위원회가 현안을 논의한 뒤 정부에 대한 권고 성격의 노사정 합의문을 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본회의가 대면으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노정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으며 경사노위는 전문가로만 구성된 연구회를 중심으로 노사 당사자 없이 활동해왔다. 이날 회의로 1년9개월 동안 멈춘 노사정 대화 기구가 역할을 되찾은 것이다.
다만 이날 제시한 각 위원회의 논의 의제는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기까진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특별위의 경우 산업 전환, 불공정 격차 해소, 유연 안정성 및 노동시장 활력 제고, 대화와 타협의 노사 관계를 다룬다. 균형위는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성, 일하는 방식 개선 등 주로 근로시간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다. 계속고용위는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보단 전반적인 노동 현안 나열에 그친 셈이다.
의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노사정이 부딪칠 만한 대목도 적잖다. 예컨대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성’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추진하다가 노동계 반발로 철회한 연장근로 유연화 방안 등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에 “재택근무나 시차 출근제 등 일·생활 균형을 위한 유연화는 논의할 수 있지만,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연장근로의 유연화처럼 장시간 근로 우려가 있는 사안이 주제로 다뤄지면 경사노위는 파행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령자의 계속 고용과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연결지은 대목도 연공급 폐지 및 직무급,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선 정부의 사회적 대화 사례에 비춰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주제 선정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땐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이나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구체적인 제도를 두고 사회적 합의가 나왔다. 위원회 명칭도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등으로 논의 범위와 목표를 다소 명확히 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앞선 정부에선 위원회를 여러 개로 쪼개다 보니 현안 논의가 통합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필요하면 위원회 내 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 의제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화가 원활히 진행되려면 정부가 노동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돌려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사회적 대화는 기본적인 신뢰 관계에 바탕을 둬 주고받기가 가능해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대화 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일정한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선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사노위 위원들은 본회의 뒤 윤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한겨레에 “윤 대통령은 (위원들에게) 법치도 중요하지만, 노사 관계에선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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