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맞아?" AI주만 오른다…늘어나는 단기 조정 신호[오미주]
미국 증시가 올들어 환상적인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강세장을 체감하는 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증시 상승세가 일부 AI(인공지능) 관련주에만 집중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종목에 편향된 증시 강세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에도 오름세가 매그니피센트 7에 집중되며 기술 및 통신 외 상당수 업종과 중소형주는 랠리에서 소외됐다.
문제는 올해 들어서는 상승세가 매그니피센트 7에서 '판타스틱 4'로 더 좁혀졌다는 점이다. 테슬라와 애플, 알파벳조차 증시 랠리에서 떨어져 나가고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플랫폼, 아마존이 투자 자금을 독식하며 급등세를 누리고 있다.
파이퍼 샌들러의 수석 시장 기술적 분석가인 크레이그 존슨은 보고서에서 올들어 지난 2일까지 S&P500지수의 상승률 4% 가운데 거의 70%가 판타스틱 4의 기여분이라고 밝혔다.
올들어 5일(현지시간)까지 MS는 7.8%, 아마존은 12.1%, 메타는 29.8%, 엔비디아는 무려 40% 폭등했다.
이외에 올해 본격적으로 AI 칩을 판매하는 AMD가 18.2%, 엔비디아의 AI 칩을 탑재한 서버를 만드는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가 133.4%, AI 서버 열기를 낮추는 냉각기 제조업체인 버티브 홀딩스가 28.2%,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18.7%, AI용 PC 출시에 대한 기대에 따라 델 테크노롤지스가 12.0% 올랐다.
AI 관련 서비스나 상품의 매출액이 늘었거나 늘 것이라고 밝히기만 해도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AI 데이터 분석업체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주가가 너무 올라 고평가됐다는 판단에 올들어 5일까지 주가가 2.6% 하락했으나 이날 장 마감 후 AI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올해 매출액 가이던스를 발표하자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7% 이상 폭등했다.
반면 판타스틱 4에서 탈락된 테슬라는 올들어 27.1% 급락했고 애플은 2.5% 하락했다. 알파벳은 올들어 S&P500지수 상승폭보다 작은 2.9%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증시의 편향된 상승세는 지난 2일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하락한 종목의 수가 상승한 종목의 수보다 두 배 더 많았던 것이다. 지난 2일 S&P500지수의 1.1% 상승률은 거의 전적으로 실적 호조를 등에 업은 메타와 아마존의 주가 급등세 덕분이었던 셈이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S&P500지수가 1% 이상 상승한 날 하락한 종목의 수가 이처럼 상승한 종목의 수를 압도한 날은 지난 53년 동안 지난 2일 외에 딱 한번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날은 1987년 10월20일로 다우존스지수가 하루에 23% 가까이 폭락했던 블랙먼데이 다음 날이었다.
로젠버그는 NYSE뿐만이 아니라 최근 증시 랠리를 주도하고 있는 AI 관련주가 많은 나스닥시장에서도 하락 종목의 수가 상승 종목의 수보다 1.5 대 1의 비율로 많다고 지적했다.
파이퍼 샌들러의 존슨은 "주요 지수들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현재의 증시 차별화는 조심해야 할 근거가 된다"며 증시의 상승 폭(breadth)이 극히 좁아 증시가 단기 고점에 도달했음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도 증시 조정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전미 개인투자자 협회(AAII)의 최근 주간 심리 조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49.1%가 증시를 낙관했다.
존슨은 이 같은 낙관론 수치가 이전에 시장이 단기 고점에 도달했을 때 수준에 근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션와이드의 투자 리서치 책임자인 마크 해켓은 마켓워치에 "현재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너무 많은 호재가 주가에 반영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년 동안 매해 이 시점인 2월부터 3월까지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특히 올해처럼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에도 이런 계절적 추세가 나타났다"며 "고조된 투자 심리와 늘어난 매수 포지셔닝과 더불어 계절적 약세의 영향으로 증시가 향후 6~8주 동안 횡보에서 약간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그 이후 올해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6일 개장 전에는 비만 치료제로 유명한 일라이 릴리가 실적을 발표하고 장 마감 후에는 자동차회사 포드가 실적을 공개한다.
또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의 연설이 이어진다.
앞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 5일 CBS 뉴스 '60분'에 출연해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하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은 총재들의 발언도 이 같은 파월 의장의 스탠스와 궤를 같이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금리 인하 시기를 뒤로 연기하는 발언들은 증시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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