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현실화된 ‘소아의료’ 붕괴…“의사요? 다 그만뒀죠”

박연선 2024. 2. 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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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에선 단 4곳뿐인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가 있는 곳입니다.

국내 1호 소아응급환자 전문센터로 2016년 개소해 응급 시 전문 의료진이 소아환자들을 치료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의사 7명 가운데 5명이 사직, 2명은 휴직상태로 파악됐습니다.

응급의료센터에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는 겁니다.

병원은 당장 성인 응급 전문의를 투입해 운영한단 입장이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응급의료센터가 결국엔 문을 닫을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순천향대병원 관계자는 "인력 확충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천안시, 충남도가 지원에 힘쓰고 있어 문을 닫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선을 그었는데요,

얼마 전, 어렵게 사직을 결정한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의 이주영 교수와 직접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주영/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교수 : "전공의 지원이 떨어지면 그 영향은 지방에서부터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전, 충남에서는 우리 병원이 사실상 거의 최후까지 버텼던 것 같고요. 이제는 아이들이 걱정이죠.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마지막 날 간호사들이랑 진짜 부둥켜 안고 울고 가슴이 아팠죠."]

올해 레지던트, 즉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205명 모집에 53명만 지원했는데, 지난 5년간 지원율 추이를 살펴보면 앞으로가 더 심각할 거란 예측이 가능합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전까지 병원에서 상주하면서 환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는 의사를 말하는데요, 이를 충원하지 못할 경우, 입원치료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게 됩니다.

실제 의료현장에선 들어오는 전공의도 크게 부족한데, 떠나는 전공의는 모래알 빠져나가듯 빠르게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부모들이 꼭두새벽부터 아픈 아이를 데리고 줄을 서야 하는, '소아과 오픈런' 사태는 이 같은 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에서 빚어진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계획대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이주영/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교수 : "지금 이 시스템 때문에 젊은 대학병원 의사들, 교수들 다 이탈하고 있는데 (앞으로 학생들을) 누가 가르칠 것이며,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이며, 지금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수련 기회를 많이 박탈당하고 있는데 의사만 늘려서 지역 의료나 바이탈과(필수 의료)들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지,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의료계는 2025년 의과대학 정원을 늘린다 한들 15년 뒤에나 일할 수 있는 의사가 될 거라면서, 그 사이 지역 의료현장은 더 어려워질 거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의사가 늘어난다고해서 필수의료 담당 의사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사명감 하나로 가는 소아과, 흉부외과"

"어른 환자 보는 것보다 3배는 어렵지만 의료수가는 그렇지 않다"

"산부인과, 소아과, 아무리 병원 필수과라고 하지만 미래도 없고, 진상 환자도 많다"

의사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성토의 글이 줄을 잇습니다.

정부가 오늘, 강도 높은 의료개혁안을 내놨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황.

이러한 정부 정책이 능력 있고 사명감 있는 의사들을 필수의료로 향하게 만드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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