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폐경·심장병에 좀더 관심을
2021년 통계를 보면 심장병으로 인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는 남자가 116.2명, 여자가 126.8명으로 근소하게 여자가 더 많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보면 양상이 달라진다. 50세 미만에서는 남성은 전체 사망자 수가 1,674명인 반면 여성은 단지 588명만이 사망했다. 반면에 70세 이상에서는 남성은 3만2,523명, 여성은 5만4,016명이 사망하여 고령일수록 여성에게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남성의 흡연율이 31.3%이고 여성은 6.9%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의 심장병은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폐경 전에 여성의 심장병이 월등히 적은 것은 여성호르몬의 작용으로 추정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관을 확장시키며 손상된 혈관의 회복을 돕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로부터 혈관을 보호해준다. 그리고 심장세포의 생존능력을 높여 심장근육을 보호해주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심장병의 발생을 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도 폐경 이후에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는 심장병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1960년대에 보편화된 호르몬 요법은 오랜 세월 논란이 되어왔다. 1975년경 자궁내막증이 증가한다는 보고로 치료가 줄어들었고 1988년에는 골다공증 예방효과가 알려지면서 다시 활기를 띠었다. 그리고 2002년부터는 유방암의 발생이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심장병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태이다. 혈관내막의 변형이 있기 전인 갱년기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주목 받고 있지만 아직은 증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 외에도 원인은 확실하지 않으나 사춘기가 시작될 때 여성의 좌심실은 남성보다 15~40% 작으며 매년 남자는 1gm 정도의 심근 손실이 있으나 여성은 일정한 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남성의 좌심실은 조금씩 커지면서 여유분을 가지게 되나 여성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따라서 좌심실의 기능에 여유가 있는 젊은 시절에는 여성이 유리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좌심실 크기가 커지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남성에 비해 불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에 주는 영향은 남성은 28.8%, 여성은 45.2%로 여성이 훨씬 높다. 따라서 갱년기 우울증이 여성의 심장병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믿어진다. 또 40세 이후에 여성비만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심장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고혈압은 남녀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나이별로 보면 젊어서는 남성이 많으나, 폐경 후의 여성에서 급격히 증가하여 65세 이후에는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고혈압이 지속되면 혈관의 탄력이 감소하여 경직되는데 같은 고혈압에서도 여성에서 경직도가 높게 측정된다. 따라서 고혈압으로 인해 심부전(heart failure)이 발생하는 비율은 여자가 1.5배 높다. 당뇨병 역시 심부전의 주요 위험요소다. 당화혈색소가 1% 증가할 때마다 정상인에 비해 심부전이 발생할 위험은 남자는 2배이지만 여자는 5배나 된다. 따라서 비만과 당뇨, 고혈압이 여성의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을 늘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유방암이나 당뇨와는 달리 심장병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은 낮으며 심장병의 위험인자를 의식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특히 가사노동과 직장생활에 지쳐 심장건강을 돌보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게 된다. 여기에는 심장병은 남자들의 질환이라는 인식도 한 몫을 하게 된다.
의사들 역시 여성을 진찰할 때 심장병의 가능성을 남성보다 낮게 생각하여 덜 검사를 하고 심장병 전문의에게도 덜 의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미국에서 여성의 심장병 가이드라인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99년이고 미국심장학회에서 다룬 것은 2004년이었다. 물론 지금은 여성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잘 확립되어 있다. 이를 역설적으로 말하면 지금부터라도여성 심장병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면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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