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싫어요" 이별 못 받아들였던 유망주였는데…이제는 '우승 기운' 전해주기 위해 롯데로 왔다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우승 기운을 어떻게 전해줄지…"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월 26일 "LG 트윈스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 선수와 내야수 김민수 선수 간 트레이드를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민성은 원 소속 구단이었던 LG와 2+1년 총액 9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5억원, 옵션 2억원)의 계약을 맺은 후 롯데로 이적하게 됐다.
롯데는 김민성에게 매우 익숙하면서도 친숙한 팀이다. 지난 2007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던 까닭. 김민성은 데뷔 첫 시즌부터 짧지만 1군 무대를 밟았고, 해를 거듭하면서 출전 기회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특히 2009시즌에는 114경기에 출전해 81안타 4홈런 37타점 타율 0.248 OPS 0.686으로 가능성을 드러냈고, 2010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이후 김민성은 넥센에서만 9시즌을 뛴 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됐고, 지난해 LG가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시즌이 종료된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당초 LG는 김민성의 잔류를 이끌어내기 위해 재계약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김민성 측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요청하게 됐고, LG 또한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롯데가 김민성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였다.
롯데는 이번 겨울 FA 자격을 얻은 '캡틴' 전준우의 잔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샐러리캡'으로 인해 안치홍과는 작별하게 됐다. 게다가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까지 오는 6월 상무 입대를 앞두게 되면서, 내야 뎁스가 헐거워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여기서 김태형 감독이 박준혁 단장에게 김민성의 영입을 제안했고, 롯데는 2017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지명한 김민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 김민성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일 미국 괌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첫 훈련에 앞서 김민성 영입과 관련된 바하인드 스토리를 풀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김민성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수비의 폭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김민성의 플레이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강단이 있다. 승부를 하는 타입"이라며 "시즌 막바지 2루수로서의 움직임을 나는 너무나도 좋게 봤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김태형 감독은 "유격수 쪽에서도 정면에서 오는 공에 대한 처리는 굉장히 좋은데, 2루수로서는 수비의 폭과 베이스 커버, 더블플레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좋더라"며 "안치홍과 전준우를 모두 잡기에는 샐러리캡이 문제였다. 그래서 전준우와 재계약을 맺었는데, 그때 김민성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박준혁 단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박준혁 단장이 '지금 한 번 접근해 보겠다'라고 하길래 '좋다'라고 했더니, 잘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6일 괌 스프링캠프 두 번째턴의 첫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민성은 '롯데 유니폼이 새롭지만, 또 익숙한 유니폼'이라는 말에 "확실히 내가 입단했던 팀이고, 당시에는 지금과는 다른 유니폼이었지만, 자이언츠라는 마크는 같다. 다른 팀을 처음 갔을 때보다는 익숙한 느낌"이라며 "입단 초에는 형들, 선배님들만 있었는데, 지금은 고참급이 돼서 어린 선수들과 생활하고 있는데, 재밌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성이 롯데의 지명을 받은 뒤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인물은 '캡틴' 전준우와 정훈에 불과하다. 하지만 마치 어제도 만났던 사이처럼 서스럼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김민성의 설명. 그는 "(전준우, 정훈과는) 반갑게 반겨주기보다는 익숙한 느낌"이라며 "자연스럽게 인사도 나누고, 기존에 생활을 했던 것처럼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성이 입단했을 때부터 롯데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 트레이드가 성사된 후 해당 소식을 전했을 때 김민성이 굉장히 팀을 떠나기 싫어했다는 추억을 떠올렸다. 당시 김민성은 '가기 싫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고. 김민성도 첫 트레이드 당시를 잊지 않고 있었다. "당시에는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서울로 올라가야 되는 상황이었다. 지금이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린 마음에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택시를 타고 떠날 때까지 서 계셨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내가 롯데에 입단했을 때부터 롯데에 계셨던 분들이 아직도 많은데, 팀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현재 김민성을 2루수로 기용할 방침을 갖고 있다. 주 포지션이 3루수인 김민성의 2루 경험은 많지 않으나, 지난해 2루수로 출전하는 동안 36안타 6홈런 22타점 타율 0.327 OPS 0.940으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김민성은 "감독님께서 2루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셔서 준비는 하고 있다. 다만 익숙한 포지션은 아니기 때문에 캠프 기간 동안 잘 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린 선수들과 경쟁을 통해 주전 자리를 노려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민성은 2루수가 아니더라도, 내야의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김민성 개인적으로도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 그는 "내야 수비를 한 포지션이 아닌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3루를 하다가 2루에 갔을 때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그에 맞게 적응이 되더라. 올해도 2루수로 시작하더라도 적응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는 이번 겨울 큰 변화를 통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오랜 기간 롯데를 떠나 있었지만, 김민성은 올해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민성은 "우리팀이 투수력은 워낙 좋다. 상대팀으로 있을 때도 투수력은 안정적인 팀이다. 투수들은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야수들이 얼마나 해주느냐가 중요한데, 투수들이 야수들을 조금만 더 신뢰할 수 있다면 분명히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가 개막전에서 유격수 노진혁-2루수 김민성의 키스톤 콤비를 꾸린다면, 우승반지를 지닌 센터 내야를 보유하게 된다. 김민성은 롯데 선수들에게 우승 기운을 전해줄 예정. 베테랑은 "LG에서 우승을 처음 해봤는데, 우승이란 것이 선수에게 정말 뜻깊고 대단하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이 좋은 기운을 어떻게 우리 선수들에게 전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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