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리모델링 가능한 곳만 엄선… 삼성물산 수주 단지 흔들림없는 비결이죠"

이미연 2024. 2. 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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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규 삼성물산 주택본부 리모델링팀 상무
1999년 입사… 25년 근무기간 중 16년간 공사 직접 경험한 '현장통'
"주거공간으로 보는 소유주 늘어나 리모델링 각광받게 될 시기 올것"
변동규 삼성물산 주택본부 리모델링팀 상무

"아무리 법이 바뀌고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리모델링이 아니면 정비사업이 불가능한 단지가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리모델링 단지들이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완화 발표에도 거의 흔들림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삼성물산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맡고 있는 변동규(51·사진) 상무의 말이다. 정부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건설사들의 노후주택 시장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안전진단 통과 등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았던 단지들에서마저 "규제완화 덕을 봐야하지 않겠냐"며 내홍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10여년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던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는 소송에 사업 좌초까지 덮치며 최근 조합 해산과 함께 재건축으로 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기 신도시도 시끌시끌하다. 지난 2021년 27개 단지로 출범한 평촌 리모델링연합회는 작년 2개 단지가 이탈하며 25개 단지로 줄어들었다.

이는 현 정부가 지난해 △안전진단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서울 강남 3구·용산 제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재건축 3대 대못'으로 불리던 규제를 푼데 이어 지난 '1·10대책'을 통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까지 도입한 여파라는 분석이 크다. 최근에는 1기 신도시를 포함한 노후계획도시 대상을 전국 108곳으로 확대하고, 이 지역 허용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5배까지 늘려 사업성도 높여준터라 리모델링을 진행하려던 단지들의 내홍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수주한 리모델링 단지들에서는 아직 이런 들썩임이 없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저울질이 가능한 단지가 아닌 리모델링을 통해서만 정비사업이 가능한 곳들로만 선별 수주했기 때문이다. 변동규 주택본부 리모델링팀 상무는 "상당히 낙후됐기 때문에 손을 대야할 수 밖에 없는데 기존 용적률이 230% 단지라면 재건축을 하더라도 사업성이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역세권을 제외한 지역의 이런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선택했고, 저희는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 아닌 가장 안전하고 견고하게 주택을 짓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2군데의 단지가 삼성물산의 손을 거쳐 리모델링을 마치고 진즉 입주까지 마친 상태다. 2014년 1월과 2월 입주한 서울 강남구 '청담래미안로이뷰'(옛 두산아파트 리모델링, 177세대)와 '대치래미안하이스턴'(대치우성2차, 354세대) 등이다. 이가운데 대치래미안하이스턴은 리모델링 아파트의 대표적 단점으로 꼽히는 '평면의 한계'와 '낮은 층고' 문제를 삼성물산만의 특화설계로 개선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계단실을 뒤로 밀어 2베이였던 거실을 2.5베이로 확장해 거실 폭을 6m까지 확보했으며, 우물천정 적용으로 천정을 2.3m로 높여 답답하지 않도록 했다. 입구를 다르게 만들어 두개 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세대분리형 평면'도 선보였다.

물론 이런 실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1999년에 삼성물산에 입사한 변 상무는 서울 강북 아파트 건설현장 현장 업무로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해 서울 송파구 '갤러리아팰리스'와 양천구 '목동 트라팰리스' 등 삼성물산의 대표적인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현장을 거친 그야말로 '현장통'이다. 그가 삼성물산에서 몸담아온 25년 중 16년 간 '현장밥'을 먹었다.

그는 "당시 일반 아파트가 겨우 20~25층 정도 올라가는 시기였는데, 삼성물산은 주상복합으로 최고 46층을 올렸다"며 "국내에서는 시작 단계였던 '주상복합' 건설 현장에서 당연히 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그만큼 또 전문가 집단지성을 통해 완성해나가면서 많이 배우는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덕분에 '주상복합 마스터' 수준에 근접한 노하우가 삼성물산에 쌓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몰아치며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였던 주상복합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 시기에 현장 실무자였던 변 상무의 포지션이 본사 상품기획으로 바뀌었는데, 그가 차곡차곡 쌓아온 현장의 노하우를 상품 업그레이드에 접목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설계 관리 팀과 사업 관리부서인 PM그룹을 거쳐 부산 등의 현장을 재차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 삼성물산이 리모델링 시공권을 확보한 단지는 △가락상아2차 △가락쌍용2차 △고덕아남 △용산 이촌 코오롱 △금호벽산 아파트다. 그리 많아보이진 않지만, 선별해 수주한 단지들인만큼 현장마다 모든 노하우를 쏟아붓는다는 방침이다.

변 상무는 지금 시점에서는 재건축이 막상 돈이 되는 사업인 것 같지만, 언제가는 리모델링이 각광받게 될 시기가 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을 '자산'만이 아닌 나와 내 가족이 생활하는 '주거 공간'으로 보는 소유주들이 많은 단지라면 리모델링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상품성과 안전은 기본 베이스다. 오랜 리모델링 관련 노하우에 최근 아주대학교와의 산학협력으로 리모델링 사업성과 안전성 등을 분석하는 삼성물산만의 고유기술도 더해지면서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는 "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오히려 기회"라며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를 저울질하던 단지들의 고민이 사라지면 진짜 리모델링밖에 선택권이 없는 단지들이 오히려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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