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의협은 대승적 수용하라
정부가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는 증원안을 6일 발표했다.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이 19년 만에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의사 인력 이탈로 필수·지역 의료 시스템이 심각히 붕괴된 터라 의대 정원 확대는 당연하고 시급한 조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사 인력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증원 규모를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단호히 대처해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이 위험에 처하는 사태가 없게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2035년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수급 전망을 토대로 2031년부터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증원안을 마련했다. 2025학년도부터 5년간 매년 2000명씩 늘리는 계획이다. 과감한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규모로 증원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가 갈수록 줄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벌어졌고, 지방 의사·병상이 부족한 탓에 서울·수도권 대형병원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진료 시간이 짧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할 전환점이 의대 증원일 수 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결사 반대”로 맞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0여 차례 논의하고도 적정 증원 규모를 한 번도 제시하지 않았으면서 정부가 일방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의사단체가 동의하지 않는 정부 결정은 무조건 일방적이라는 말인가. 납득이 안 되고, 직역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다. 국민여론조사에서 89.3%가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의료계가 선결 과제로 요구한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난 1일 ‘특례법 추진’ 등 대책을 내놓았다. 증원 반대 명분이 미약한 의사단체는 정부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옳다.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 첫걸음일 뿐이다. 10년 뒤 의사 1만명이 늘어나는 걸로 작금의 필수의료 붕괴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어 자칫 장밋빛 기대에 그칠 수 있다. 필수·지역 의료 분야에 의사가 배치되도록 후속 대책을 면밀히 강구해야 한다. 정부 대책에 빠져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 의대 교육을 내실화할 방안과 의대 과열 입시 대비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의사단체와 소통하되 휘둘리지 않고 강단 있게 정책을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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