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北 김정은 집권 후 민생개선 평가는 일종의 착시현상"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2024. 2. 6. 18: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일 세끼식사 민생개선, 北 당국 아닌 주민들이 만들어 낸 것
평양특권층 중심의 극심한 불평등 심화하는 北…'격차사회'
연합뉴스


평양주민과 특권층을 제외하고 북한의 배급제는 사실상 무너졌다. 배급제 붕괴에도 하루 세 끼 이상 식사를 했다는 탈북민 응답이 90%를 넘었다. 통일부가 6일 첫 공개한 북한경제·사회실태보고서는 이 간극을 시장의 확산으로 설명했다.

북한에 있을 때 하루 식사 횟수를 묻는 질문에 탈북민 4369명 중 73.1%는 1일 3회 식사를 했다고 응답했다. 7.1%만이 1일 1회 식사를 했다고 했고, 19.5%는 1일 2회 식사로 대답했다.

시계열적으로 보면 1일 3회 식사는 2000년 이전 32.5%에서 2006년-2010년 67.5%로 증가했고, 김정은 집권이후인 2011년-2015년의 경우 87%급증했으며, 2016년-2020년에는 91.9%로까지 늘어났다. 10명 중 9명 이상이 1일 3회 이상의 식사를 한 셈이다. 특히 2016년-2020년의 경우 1일 1회 식사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북한 주민들도 90년대 중반 아사자가 속출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의 극심한 식량난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고려해야할 것은 북한 주민들의 1일 3끼 식사가 정착됐다고 해서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붕괴한 북한의 배급제가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에서 있을 때 식량배급을 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2000년 이전 62.2%, 2001년-2005년 61.5%, 2006년-2010년 63%의 비율을 보이다가 김정은 집권 후인 2011년-2015년 63.8%로 소폭 늘었고, 2016년-2020년에는 72.2%로 급증했다. 

이 기간 식량배급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직전 기간의 35%에서 26.8%로 줄었다. 

북한에서 배급제가 붕괴했는데도 1일 3회 식사가 보편화된 것은 식량을 배급이 아니라 시장에서 조달하는 주민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쌀과 강냉이 등 식량의 조달 방법은 '종합시장', 즉 장마당에서 구매했다는 답변이 67.7%에 달했다. 2016-2020년 탈북민만 놓고 보면 이런 답변이 71.2%로 더욱 높았다. 북한에 있을 때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응답자가 93.6%나 됐다. 

북한 주민 대부분이 식량과 생필품을 시장을 통해 조달할 정도로 시장이 확산됐을 뿐 아니라 주택, 토지, 자산 등에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실상의 사유화가 진행되어 자본주의 경제에서와 같은 사적 매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통일부 보고서의 설명이다.

아울러 시장화와 사유화의 확산 속에 평양 주민 등 특권층과 지방주민 등 소외계층 사이에 극심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격차사회'가 바로 북한사회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북한 주민들의 '1일 두 끼 식사'가 '세 끼 식사'로 개선됐지만, 이는 "정권이 아닌 주민들이 만들어 낸 변화", "정권의 정책 실패와 민생 외면 속에 주민들이 시장에서 의식주와 의료를 해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전에 이뤄졌던 조사 연구들이 김정은 정권 출범이후 평양에 건물도 많이 짓고, 최소한 북한 주민들의 민생은 개선된 것 아니냐고 평가했지만, 이번 보고서를 발간하며 꼼꼼히 들여다 본 결과 그런 평가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 집권 이후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민생은 더 어려워졌고 외관으로 봐서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당국의 정책이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주민들이 시장에 가서 생산물을 팔고 장사를 해 돈을 벌며 스스로 민생을 개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양의 대규모 건설붐, '애민정치' 등 정권의 선전구호 속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주민들의 민생고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안보가 완성되고, 정확하게 알리는 것에서 북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공개된 '북한 경제·사회 실태인식 보고서'를 활용해 북한 실상을 대내외에 정확히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