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도 부동산 거래 활발…'사채 놀이' 하는 부유층도
‘장마당’ 돈벌이 북한 여성 사회적 지위 상승
"돈 못 버는 남편은 낮전등·멍멍개"
"北서 세습 불만 여론 커져"
전에 살던 집을 중국돈 5,000위안에 팔았어요. 탈북 직전 살았던 집은 5만 위안(현재 환율 기준 약 920만 원) 정도 했고요.
2019년 북한 이탈주민 A씨
국가 소유가 원칙인 북한에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 일부가 사채로 재산을 축적하는가 하면 여성들 상당수는 장마당(시장) 장사로 생계를 근근이 유지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권력층 수탈이 일상화되면서 뇌물이 일상적으로 오가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북한 내 반감 역시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10년간 북한을 탈출한 6,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다. 전체 자료가 일반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엔 개인정보 노출 우려 등 때문에 3급 비밀로 관리해왔다.
北 계획경제 잠식한 '시장'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부동산 거래다. 북한의 주택은 국가 소유를 원칙으로 한다. 대신 주민들은 입사증(이용권)을 지급받는다. 개인이 거래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 이탈주민들은 입사증 거래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고 증언했다. 이를 업으로 삼는 중개인이 존재할 정도라고 한다.
보고서 역시 설문 응답자 26.8%가 부동산 양도 및 매매를 경험했다고 했다. 2016년 이후로 한정하면 수치는 절반 가까운 46.2%까지 치솟는다. 2000년 이전엔 10.7%에 불과했다. 통일부는 "김정은 시대 이후 주택 매매는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게 됐다"고 부연했다.
북한 내 비공식 경제 활동은 비단 부동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0년을 기점으로 사경제활동 인구가 국영경제 활동 인구를 넘어섰고, 주 소득원이 △장사 △소토지 경작 △밀수 등 비공식 사경제 활동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8.1%를 차지했다.
또한 용달차에 해당하는 '써비차'가 비공식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사적고용에 해당하는 삯벌이도 등장했다. 신흥 부유층인 '돈주' 등이 '사채'를 빌려주기도 하는데, 평균 이자율은 2012년 이후 7.9% 수준이라고 한다.
무너진 시스템… 각자도생 나선 주민들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의 사경제 의존 이유로 '계획경제 체제 마비'를 꼽았다. 2016년 이후 북한이탈주민 72.2%가 '식량 배급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고, 50.3%는 직장에서 돈이나 식량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의료·전기 등 사회 공공시스템 붕괴도 지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병원 진료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39.6%로 이전(37.1%)보다 높아졌고, 당국이 공급하는 전력을 사용하는 가정은 33.9%(2016년 이후)에 불과했다. 대신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축전지를 구매하고, 의약품을 구매하며 '시장경제'를 통해 스스로 구멍 난 공공시스템을 메우고 있었다.
장마당 활성화는 가정 내 여성의 위상 강화로 이어졌다. 장마당 상인은 대부분 감시가 덜한 여성의 몫이다. 2019년 탈북한 B씨는 "김일성 시대에 남편들이 배급과 노임을 타오던 때와 달리, 지금은 여자가 벌어서 가정을 부양한다"며 "(할 일 없는 남편을 보고) 멍멍개, 낮전등(낮에 켜진 전등처럼 하는 일이 없고 쓸모가 없다는 뜻)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상화된 수탈, 백두혈통 부정 싹 틔워
권력층에 의한 수탈은 갈수록 기승을 부렸다. 월소득의 30% 이상을 뇌물 등으로 수탈당했다는 응답은 2011년 이전 32.8%에서 2012년 이후 41.4%로 껑충 뛰었다. 뇌물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 비율도 꾸준히 증가해 2016년 이후엔 54.4%에 달했다. 이 때문에 2016년 이후 탈북민의 56.3%는 북한 거주 당시 '김정은의 권력 승계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었다'고 답했고, 백두혈통 세습에 대해서도 54.9%가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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