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국가 책임 첫 인정… 1심 뒤집혔다

김서현 기자 2024. 2. 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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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6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가습기살균제의 화학물질에 대한 충분한 유해성 심사 없이 환경부 장관 등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 물질이다'고 공표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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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 판결과 달리 국가 책임이 인정됐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국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결과에 대한 피해자 및 환경보건시민센터 기자회견의 모습. / 사진=뉴스1
법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 같은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국가가 원고 5명 중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와 공표 과정에서 일정 부분 재량권을 행사한 것을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가습기살균제의 화학물질에 대한 충분한 유해성 심사 없이 환경부 장관 등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 물질이다'고 공표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신고자가 7658명, 사망자는 1751명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환경부 등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예견하지 못한 점을 질책하기도 했다. 다만 사건 당시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공무원의 위법 행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미 지급받은 지원금과 구제급여 액수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정했다"며 국가가 원고 3명에게 각 300만~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나머지 원고 2명에 대해서는 관련 법상 구제급여조정금 일부를 받아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가 폐 손상을 입거나 숨진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제조업체와 국가를 상대로 지난 2014년 8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옥시)·세퓨와 제조·납품사 한빛화학·롯데쇼핑, 하도급사 용마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후 조정이 성립되면서 옥시, 한빛화학, 용마산업, 롯데쇼핑이 소송 당사자에서 빠졌다.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만 남게 됐다.

지난 2016년 11월 1심은 제조업체인 세퓨 측이 피해자 13명에게 5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이 났다. 원고 중 일부가 항소를 진행하면서 2심으로 이어졌다.

피해자 대리를 맡은 송기호 변호사는 선고 직후 "이번 사태는 기업뿐만이 아닌 국가 역시 범인"이라며 "오늘 선고는 국가가 단순히 피해자를 사회적으로 돕는 등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법정 의무자로서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것을 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날 판결에 대해 협의를 거치고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서현 기자 rina236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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